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에 무과실 보상제도 재원 부담 등 독소조항들이 배제되지 않은 채 완성될 경우, 조정법 거부운동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16일 여의도 63시티에서 열린 ‘제26차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무과실 보상제도는 산부인과에 책임을 부담하려 하는 법 체계를 흔드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노준 회장은 “분만은 본질적으로 위험성을 가지는 의료행위로서,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 의무를 다하여도 불가항력적으로 산모, 태아 및 신생아의 사망과 신생아 뇌성마비 등의 의료사고를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무과실까지 의사가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용납이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법리적으로 유과실인 경우에는 의료인 및 의료기관이 그에 대한 책임을 당연히 지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그와 반대로 무과실인 경우에도 당연히 그 책임이 부정되는 것이란 논리를 펼쳐야 한다”며, “무과실 보상제도 재원 부담 등 독소조항들이 배제되지 않은 채 완성될 경우, 산부인과는 조정법 거부운동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이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의료분쟁조정법의 독소조항이 배제 되지 않을 시, 투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김재연 법제이사는 “산부인과가 비용부담에 대한 경제적 손해만 생각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명분이 없는 것에 대해 재원을 부담한다면 산부인과 전문가로써 상처를 받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의료분쟁조정법안이 만들어질 당시에도 국회에서 산부인과 의사에게 한번도 질의를 한 적이 없다”며, “이 법안에 대해 의료진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조차 마련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산부인과 의사의 자존심과 명분을 어느 정도 수용할 자세를 보인다면 충분히 협조할 생각이 있다”며, “바우처 제도 등 다양한 체제를 통해 정부와 윈-윈 할 수 있도록 끊임 없이 협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은정 공보이사도 “의료계에 핫이슈가 생기면 항상 산부인과가 중심이 되고 있어 슬프다”며, “ESD 사태를 보더라도 정부가 의료진의 의견을 배제하고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에게 간 것이다. 행위 당사자들의 의견을 배제한 체 제도가 진행된다는 것은 행위를 받는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대의원 총회에서 의결이 결정되는 사항에 따라 의사협회, 학회와의 연대라든지 투쟁수위를 결정 할 것”이라며, “정부시책이 나와야 결정할 수 있겠지만 대의원의 여러 안들을 어떻게 응집하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