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의사회, “원치 않은 임신 출산” 의사에게 배상 책임 판결 유감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006년 12월 6일 서울 서부지법 민사 11부의 "척추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y, SMA)" 질환 아이를 출산한 부모의 임신 중절 시술 선택권을 인정하여 의사에게 배상 책임을 물은 판결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이번 사건이 정확한 산전 진단을 받지 못한 산모와 가족들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나 이번 판결로 인해 향후 산부인과의 산전 기형 진단 및 인공임신중절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으로 판단되어 이 사건의 쟁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첫째, 의사가 산전 유전자 질환의 진단을 위한 적절한 검사를 하여 정상이라는 진단이 나왔으나 출생한 아이에게 이상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해 의료진의 과실 책임을 법적으로 물을 수 있는가?

모든 산전 기형진단검사는 오류의 가능성이 있으며, 의료진이 정밀 유전자 검사를 아예 권유치 않았거나 검사의 필요성에 대하여 설명조차 하지 않은 경우라면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의료진이 사전에 해당 질환에 대하여 숙지하고 적절한 진단 검사(이 사건의 경우 융모막 검사)를 하여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진단율의 다른 검사 (양수검사, 제대혈 천자)를 추가로 하지 않았다고 해서 법적인 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의료진이 적절한 검사를 하여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오차 범위의 결과 오류까지 우려하여 추가 검사(양수 검사, 제대혈 천자 - 검사 자체가 태아에게 이상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으며 진단율도 비슷한 검사)를 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면, 향후 이와 같은 환자들에게 이상이 발견될 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의학적 검사를 끝없이 반복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며, 이는 의학적으로 맞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과잉 검사의 증가를 초래할 것이 우려된다. 따라서 검사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성까지 의사의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

둘째, 의료진이 오진으로 인하여 출생한 태아에 이상이 있는 경우 산모와 가족으로부터 임신 중절 수술의 선택권을 빼앗았다고 하여 의사가 이에 대한 손해 배상을 하도록 한 판결이  태아 이상으로 인한 임신 중절을 금하고 있는 현행법에 위배되는 지의 여부에 대하여

현재 모자 보건법상 임신 중절 수술의 허용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 또는 배우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 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 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히 해하고 있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즉, 현재의 모자보건법의 임신 중절 허용 기준은 모두 산모나 배우자의 질병이나 상태에 따른 것이며 태아 이상으로 인한 임신 중절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1999년도 대법원 판례에서도 모자보건법상 임신 중절의 허용 범위에 들어가지 않은 경우 부모가 태아를 적법하게 낙태할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아 이에 대한 손해 배상 책임을 의사에게 물을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사건은 건강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기에게 유전 질환이 발현된 경우이므로 현행법상 임신 중절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이며 산전에 정확하게 진단되었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임신 중절이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임신중절의 선택권을 박탈하였다고 이에 대하여 의료진에게 배상 책임을 의료진에게 지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

위와 같은 두 가지 점에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이번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이번 판결로 인해 향후 산전 기형아 진단 검사 결과에 대한 한계성과 책임 공방 및 이로 인한 추가 검사의 과잉 발생과 현행법에는 금지되어 있는 태아 이상으로 인한 임신중절의 증가 가능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향후 항소심에서의 사법부의 판결을 주시하는 바이다.

 2006년 12월 13일

 대한산부인과 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