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개원가 고사 직전, 여성 건강 어디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2004년 1차 산부인과 의원 실태 조사 이후 3년 동안 산부인과 의원의 경영이 어느 정도 변화하였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의뢰하여 조사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였다.(별첨1- 요약문 및 정책제언)

이번 조사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개원 형태 및 분만 여부, 의료 분쟁 실태 및 연말정산 자료 제출 등 정부 정책 등에 대한 설문 조사와 2006년도 손익계산서와 대차대조표를 통한 경영 분석으로 이뤄졌다.

이번 조사 결과 그동안 저출산, 저수가의 여파로 심각해진 산부인과의 경영난 타개를 위해 공동 개원을 통한 대형화, 진료영역 확장 등 다양한 자구책이 시도되고 있지만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현재의 경영 상태에 대해 ‘어렵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계속하고 있다’는 응답이 63.8%로 가장 높았으며, 심지어 ‘의료업 자체를 포기하고 싶다’는 응답도 8.8%, ‘외국으로 이민가고 싶다’는 응답이 3.8%로 현재의 산부인과 의원 경영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은 10명 중 2명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경영난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진료 영역 확장이 확산 되고 있는데 특히 응답자중 30대 회원 전원(100%)이 진료영역의 확장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는 산부인과 진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젊은 세대가 산부인과 진료만으로는 경영이 어려워 전문 과목 진료를 포기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며 우리나라 산부인과 의학 발전에 적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개원 형태에 있어서도 분만 진료는 대부분 남자 의사들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현재 산부인과 전공의는 해마다 미달되고 있으며 주로 여자 의사로 구성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분만 현장을 지킬 수 있는 의료 인력의 절대수가 부족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의사회는 국가적으로 출산율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분만 의료 환경이 퇴보하게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의료 분쟁과 관련하여 분만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의원 중 최근 5년내에 의료사고를 경험한 의원이 70.0%나 되고 의료사고 1회 보상금이 5천만원을 초과하는 비율이 48.7%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어 의료분쟁 보상과 관련한 해결책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지 않는 한 산부인과 의원의 분만 기피현상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 우려된다.

2006년도부터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동의 없이 진료비 영수증을 국세청에 직접 제출하게 한 개정 소득세법이 의료 현장에서 여전히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권고에 의해 산부인과 환자들에게 의료비 내역의 국세청 제출에 대한 동의서 작성을 요구한 결과, 자신의 의료기관 이용내역이 국세청에 통보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환자가 대부분(거부가 91%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 정책 제언에서는 정부가 현재의 저수가 정책을 포기하고 위험도를 반영한 정당한 의료수가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저수가로 경영이 어려운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다른 제도적인 장치가 없는 한 위험성이 높은 분만 진료를 기피할 수 밖에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임산부들에게 돌아가 지역에 분만하는 병원이 없어 분만 병원 찾아 다니는 이른바 ‘국내 원정 출산’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의사회는 건강 보험 대상 항목 선정에 있어 보다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며 출산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산전 진찰 검사 비용을 지원하려면 저수가로 산부인과의 희생을 강요하는 무리한 급여 정책 보다는 별도의 복지 예산으로 임신부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정부가 저출산, 저수가, 의료 분쟁의 삼중고 속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산부인과를 집단 이기주의라는 좁은 시각으로 보지 말고 동네 산부인과가 사라져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현실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을 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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