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전국 2000여 산부인과 의원 중에서 분만 환자를 받은 곳이 반 조금 넘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현상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가름하기 전에 왜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 첫째는 의료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의사에게 잘못이 전혀 없더라도 분만을 하다가 기대하지 않은 결과가 생길 수 있는데, 때로는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분만 때뿐 아니라 아이가 자라서도 공부를 못한다거나 건강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 분만 담당 의사에게 소송을 거는 경우도 있다. 의사단체에 공제회가 있어 의사의 과실이 있는 경우에 이를 부담하는 제도가 있으나 미흡한 형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적 절차를 밟기보다는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가 더 흔하므로 의사의 과실 여부에 관계없이 서로 합의해 처리하는 경우가 보다 보편적이다.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기관에서 항의소동을 벌이면 그로부터 한동안 환자가 끊기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분만 기피 현상은 미국에서 이미 한 세대 전부터 시작됐다. 그 결과 산전관리는 의원에서 받다가 정작 분만은 한두 시간 차를 타고 시립병원에 가서 하는 경우가 흔하게 됐다. 마취과와 신경외과 의사의 의료과오 보험료와 함께 산과의사의 보험료가 제일 높은 편인데, 1980년대 초에 연간 1000달러쯤 하던 것이 요즘에는 2만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는 의료 과오 소송에서 패소하면 100만달러까지 변상하는 사례들이 생기게 돼 결과적으로 보험료가 급격하게 오르게 된 것이다. 의료사고를 둘러싼 의료인과 환자측과의 다툼을 의료분쟁이라고 한다. 의료사고 중 의료인의 과실이 있는 경우를 의료과실 또는 의료과오라고 한다. 의료사고가 나면 의사는 과오 여부에 관계없이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시달리게 되는 경우가 흔하며, 거친 말은 물론이고 폭행을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래서 의료분쟁조정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몇 번 있었으나 아직 결실을 보지 못했다. 그러므로 의사가 마음놓고 진료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은 국민들이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조치라 하겠다 둘째, 밤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을 하는 노력에 비해 건강보험에서의 급여가 적다. 이는 의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간호사 등 직원들도 야간근무를 기피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소득 증가와 함께 젊은 층에서는 야간근무, 연장근무, 주말 및 휴일 근무 기피 현상이 뚜렷해졌다. 따라서 의원급 규모에서 병실을 운영하기가 어렵게 됐으며, 규모의 경제에도 어긋나므로 결과적으로 부인과 위주로 진료하게 된 것이다. 필자는 사반세기 전에 미국 뉴욕에서 청소부의 급여가 전공의보다 훨씬 높은 것을 알고 처음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는 기피 직종인 경우에는 도리 없이 보상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자유경제의 흐름은 이제 우리나라에도 스며든 지 여러 해가 됐다. 특별히 문제가 있는 분만이 아닌 경우에는 대형병원에서 분만하기보다는 의원급에서 하는 것이 산모와 의사 및 간호사들과 보다 친밀감을 가질 수 있으며 아울러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산부인과 의사가 야간근무를 매일 하기는 불가능하므로 공동개원을 유도해 주는 것도 필요하며, 아울러 급여를 현실화함으로써 분만을 기피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 ( 柳承欽 /연세대 보건대학원장·보건정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