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死亡땐 부검부터…환자측엔 民事소송이 유리 의료사고를 당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과거 의료사고 피해자의 거의 유일한 ‘해법’은 진료방해와 폭력행사였다. 의료소송을 제기해 봤자 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최근 의료소송이 증가하고, 피해자(환자측)의 승소율도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피해자가 폭력행사에 의존하거나, ‘억울함’을 꾹꾹 눌러 참고 있다. 의료사고 전문 변호사 최재천(법무법인 한강 대표)씨가 최근 그의 저서 ‘의료사고 해결법’(도서출판 일상 刊)을 통해 밝힌 ‘의료사고 피해자가 꼭 알아야 할 10가지’를 요약·소개한다. ①피해자가 살아있다면 가능한 한 병원을 옮겨라=사고를 당한 병원보다 좀 더 큰 전문병원으로 환자를 옮기되, 옮길 병원은 사고 병원 의사의 추천을 받지 말고, 환자측이 자신의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선택하라. ②사망한 경우 반드시 부검하라=의료사고로 인한 사망이라 생각될 경우엔 먼저 경찰서에 변사사건 신고를 하고, 법원의 부검영장이 떨어지면 부검을 거부하지 마라. ③담당 의사에게 설명을 요구하라=당시의 진료상황이나 병원의 처치내용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이를 기록하거나 녹음하라. ④환자의 의무기록을 확보하라=2000년 7월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의사는 환자 또는 환자 가족이 의무기록의 열람·사본교부를 요구할 때 거부할 수 없다. ⑤폭력행사는 금물=폭력을 행사하면 병원측은 환자측을 상대로 업무방해죄와 폭력행위 등으로 맞고소하게 된다. 이런 경우 환자측에 실형이 떨어져 의료소송에서도 불리해진다. ⑥형사고소보다 민사소송을 먼저 제기하라=의사가 처벌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형사고소를 하더라도, 의료사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수사인력이 많지 않아 수사가 불충분하게 이뤄지게 마련이다. 의사의 과실이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을 경우엔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이 적용돼 의사가 유리해진다. 형사소송에서 환자측이 이길 확률은 10%도 안된다. 그러나 민사소송의 경우, 피고(의사)가 먼저 사고경위를 진술해야 하므로 환자측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⑦섣부른 합의는 삼가라=번거롭다고 섣불리 합의하지 마라. ⑧소멸시효에 주의하라=의료소송은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을 안 날로부터 3년, 사고가 발생한 지 10년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⑨사고경위서를 작성하라=의료사고는 발생 시점의 시분을 다투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의사는 진료기록을 조작하려 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측은 최대한의 기억력을 되살려 사고의 진행과정에 대한 상세한 경위를 기록해야 한다. ⑩소송은 신중하게 판단하라=전문가와 상의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만 소송을 제기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대화를 통해 해결하라. 소송을 제기할 땐 의료사고 전문 변호사나 피해자 단체 등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 임호준기자 hjli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