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건강보험공단이 관리하는 개인의 정신과 진료정보를 경찰청이 운전면허 수시 적성검사자료로 이용한 것은 인권침해며, 공단이 자료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할 것을 정부에 권고함으로써 공단이 보유한 진료정보 유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이 사건과 관련 경찰청장과 보험공단 이사장 등 관련 공무원을 징계하고 경찰청이 보관하고 있는 관련 자료의 삭제를 권고했다. 　이 사건은 감사원이 2001년3월 공단 이사장에게 정신질환자, 간질병 환자 등의 진료명세를 요청한 뒤 2001년 9월에는 경찰청장에게 일정기준에 해당하는 정신질환자 25,510명에 대해 공단이 보유한 개인정보자료를 통보받아 수시적성검사 대상자 지정여부를 정하도록 권고한 것에서 비롯됐다. 인권위에 따르면 경찰청은 2001년5월과 2002년 3월 두차례에 걸쳐 치매와 정신분열증의 총 진료일수가 180일 이상인 13,328명에 대한 전산정보 제공을 요청해 이 자료를 넘겨받아 이중 3,000명을 상대로 수시적성 검사를 실시했다. 　이 일로 적성검사 해당자들의 정신과 치료 병력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치료중단사태가 일어나 증상이 악화된 사례가 발생하고, 가정적으로 불화를 겪는 일이 일어나면서 문모씨등 15명이 6월 중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는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제10조에서 개인정보의 목적외 이용과 타 기관에의 제공을 금지하고 있고, 다만 2항에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소관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당해 처리정보를 이용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는 단서조항이 두고 있으나 제2항은 개인정보를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유기관 스스로 보유목적외 목적으로 당해정보를 이용하는 경우를 상정하는 것이라며, 보험공단의 자료제공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단은 “자료제공은 2002년3월 한차례 뿐이고, 감사원의 자료제공 권고를 받은후 법률자문을 구하는등 적법 여부를 따졌으며, 국가기관에서 요구해온 만큼 부당하게 사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해 자료를 주었다”며 위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의협은 7월19일 `환자정보와 인권보호"를 주제로 공청회를 가져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통보된 정신질환자를 비롯해 환자 정보 유출로 인한 환자인권 침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한편, 환자 정보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관련법령을 일관성 있게 통일시키고, 이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김영숙·kimys@km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