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 129> 2002-08-05 미국 Women"s Health Initiative 연구 중단 발표를 보면서 폐경기 여성에게 여성호르몬제를 장기간 투여할 경우 유방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의 최근 발표로 인해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여성 호르몬제를 먹던 많은 여성들의 문의가 각 의료기관에 쏟아지고 있고, 여성 호르몬제를 처방해 온 의사들도 당황하고 있다. 이번 파문은 JAMA 7월 17일자에 게재된 두 편의 논문에서 비롯된 것인데, 일부 언론에서 이 논문의 내용을 확대해석하여 보도하는 바람에 더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2001년 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우리 나라에서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고 있는 여성은 전체 폐경기 여성의 7%인 50여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호르몬 처방을 내고 있는 의사들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본지는 이번에 미국에서 발표된 내용의 정확한 개요와 이번 발표 이후 학계에서 정리한 호르몬 대체요법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관한 지면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한인권(성균관의대 삼성제일병원 내과 교수) 2002년은 미국 와이어스(Wyeth)사의 프레마린 발매 60주년이 되는 해인데, 2002년 7월 10일은 임상연구를 시행하는 도중 해로운 결과로 인해 프렘프로(Prempro ; conjugate estrogen / medroxyprogesterone acetata tablets, 0.625mg/2.5mg)를 가지고 시행하고 있는 임상연구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역사적인 날이 되었다.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Health Institute, NIH)에서 지원한 Women"s Health Initiative(WHI)는 1992년에 처음 시작된 것으로, 당시까지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연구들이 남성을 위주로 시행되어 여성을 위한 임상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진정한 여성의학의 발전을 위한 전향적 장기간의 연구를 목적으로 시작됐다. 이 연구는 1993년부터 1998년까지 미국 전역의 40개 센터에서 2만7,000명을 모집하여 2005년까지 연구를 종료하기로 계획되었었다. 실제로 1만6,608명의 대상자가 연구에 참여됐으며, 복합호르몬(combination Hormone Replacement Therapy ; HRT) 투약군과 위약군의 두 그룹으로 나뉘어 이중맹검법에 의해 연구가 진행되었다. 여기에 계획된 예산도 6억2,500만 달러로 요즘의 환율로 계산한다면 7,300억원의 막대한 금액이다. 이번에 발표된 것은 평균 5.2년의 추적기간을 중간 분석한 결과 프렘프로 그룹이 플라세보 그룹에 비하여 심근경색증, 유방암, 뇌졸중, 혈전증의 빈도가 높고 대장암, 골절의 빈도가 낮아 global index에 포함된 전체 건강위험이 이득을 넘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이 임상실험을 계속할 수 없어 중단한다는 것이다. 2002년 7월 17일자 JAMA에 실린 논문의 내용을 먼저 살펴보자. 32만3,092명을 스크리닝하여 자궁이 있고 승낙서를 받은 1만8,845명 가운데 1만6,60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8,506명은 복합호르몬인 Combined estrogen and progestin(Prempro)을 복용한 투약군이었고, 8,102명은 placebo를 투여 받은 위약군이었다. 이들의 임상적 특징은 차이가 없었으며 모든 데이터는 표준화된 규격에 의해 수집되어 통계 처리되었다. 평균 5.2년(3.5년∼8.3년)간의 임상결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프렘프로를 복용한 투약군에서 플라세보를 복용한 위약군에 비하여 심근경색증의 빈도는 29%증가, 뇌졸중의 빈도는 41%증가, 정맥혈전증은 111%증가, 유방암은 26%증가, 대장암은 17%감소, 고관절골절은 34%감소를 보였으며 전체 사망률은 두 그룹간에 차이가 없었다. 일년에 1만 명당 증가된 절대적인 환자의 수를 보면 투약군에서 위약군에 비해 심근경색증은 7명, 뇌졸중은 8명, 폐색전증은 8명, 유방암은 8명이 더 많았고, 대장암은 6명, 고관절골절은 5명이 더 적게 발생되었다. 이러한 연구의 중간 결과는 O"Brien-Fleming boundary를 기초로 한 위험인자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었기 때문에 본 임상연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 매스컴의 잘못된 보도 이러한 결과가 미국의 주간지에 발표되자마자 우리나라의 온 매스컴은 마치 여성호르몬 투여가 유방암을 일으키고 심장병을 일으키기 때문에 복용해서는 안 된다는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였다. 그래서 의학 통계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방송이나 신문의 보도를 그대로 믿고 오는 환자들은 불안과 혼란 속에 빠지게 된 것이다. WHI의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유방암의 발생 빈도는 이전에 다른 논문에서 주장하던 내용과 크게 차이나지는 않는다. 즉 hazard risk는 1.26(95%CI ; 1.00∼1.59)으로 CI가 1을 포함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적인 의미는 없는 것이다. 또한 이는 일년에 발생되는 유방암의 빈도로 환산하여 보면 1만명 당 위약군에서는 30명이 발생 되었는데 투약군에서는 1만명당 38명이 발생되어 8명이 더 발생되었다는 수치를 보여 준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호르몬 투여를 받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30명의 유방암이 발생되었고 호르몬 투여를 받은 사람 중에서는 38명의 유방암이 발생되었다는 것이다. 즉 호르몬을 투여 받은 사람들 중에 9,952명은 유방암이 발생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매스컴의 보도를 보면 호르몬을 장기간 투여하면 26%의 환자가 유방암에 걸린다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게 발표되고 있어서 문제이다. WHI의 연구 결과가 대부분의 의사들에게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이전의 결과에서 보면 복합호르몬을 투여하여도 심근경색증을 예방하거나 재발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 여성호르몬의 복용을 권장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 결과는 최근의 HERS 연구에서도 보여준 것과 같이 복합호르몬의 투여는 심근경색증의 발생 빈도를 오히려 높여주고 있기 때문에 심근경색증의 예방 목적으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자궁이 없는 환자에게 여성호르몬인 프레마린만 단독 투여를 하는 병행 연구에서는 이러한 위험이 아직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2005년까지 계속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아 이번 WHI의 연구에서 최초로 밝혀진 좋은 결과는 복합호르몬 투여로 고관절 골절이 의미 있게 감소하고 대장암의 발생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성호르몬의 투여를 무조건 전면적으로 중단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WHI 연구는 프렘프로 하나의 약제만을 사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다른 복합호르몬제에 이같은 결과를 그대로 적용시킬 수는 없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문제가 된 것은 medroxyprogesterone acetate를 포함한 약제이지 conjugate equine estrogen단독 투여군에서는 위험이 정한 범위를 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를 지속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므로 다른 progesterone을 포함한 복합호르몬의 사용은 앞으로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용을 중단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결론적으로 요약을 하면 다음과 같다. 1. 폐경후 증후군의 증상을 위한 복합호르몬 투여는 가능한 5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2.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10년 이상의 장기간의 ----투여가 기본이기 때문에 가능한 여성호르몬 단독투여를 권하지만, 자궁이 있는 여성은 황체호르몬의 투여가 필요하므로 이때는 다른 황체호르몬을 선택하여 투여할 수 있다. 그러나 심근경색증의 발생을 발견하기 위한 의사의 관심과 이에 따른 검사가 필수적이다. 3. 유방암의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에게는 에비스타와 같은 SERM 제제를 권한다. 4. 골다공증의 치료 및 예방에는 포사맥스등 알렌드로네이트 제제들 ----이 많이 있으므로 이러한 약물의 활용을 적극 권장한다. 5. 동맥경화의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는 복합호르몬 투여를 가능한 ----피하고, 스타틴 계통의 약물을 사용한다. 한편 최근 대한폐경학회에서는 본인을 포함한 20여명의 교수와 전문 의사들이 긴급으로 모여 미국폐경학회(North American Menopause Society ; NAMS)와 미국산부인과학회(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 ; ACOG)의 WHI 연구 결과에 대한 반응을 참조하면서 우리 나라의 실정을 감안한 의사와 환자에 대한 지침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여기에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려 한다. 최근 문제가 제기된 호르몬 대체요법에 대한 대한폐경학회의 견해 최근 미국 WHI(Women’s Health Initiative, 여성건강에 대한 주도적 연구)에서 발표된 호르몬 대체요법에 관한 연구 결과에 대하여 논란 및 혼돈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폐경학회의 입장을 아래와 같이 표명하는 바입니다. 일반적으로 호르몬 대체요법에 사용되는 호르몬 제제들은 에스트로젠이 주이며, 자궁이 있는 여성에게 자궁내막을 보호하기 위하여 황체호르몬 제제(프로제스테론)를 첨가하는 것입니다. 현재 처방되고 있는 에스트로젠/프로제스테론 제제는 그 제형, 성분 및 투여방법이 매우 다양합니다. 이 연구는 에스트로젠 제재 중 접합 마(馬) 에스트로젠(conjugated equine estrogen)과 프로제스테론 제재 중 메드록시프로제스테론 아세테이트(medroxy progesterone acetate)를 함유한 pempro만을 지속적으로 경구투여한 것입니다. WHI 연구는 pempro를 5년간 복용한 여성에서 대조군에 비해 연간 10,000 명당 유방암이 8례, 관상동맥질환 7례, 뇌졸중 7례, 폐색전증 8례가 더 발생하였고, 대장직장암은 6례, 대퇴골 골절은 5례 덜 발생하였으나, 전체 암의 발생 빈도에는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미국 여성을 대상으로 호르몬 대체요법에 이용되는 많은 제제 가운데 오직 한 가지의 제제를 사용한 것이며, 저용량 접합 마 에스트로젠과 메드록시프로제스테론 아세테이트 병합요법, 성분이 다른 에스트로젠 및 프로제스테론 병합요법, 경피투여법 등의 효과에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자궁적출술을 시행받은 여성에서의 에스트로젠 단독요법은 연구를 중단할 만한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아 투약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폐경학회는 호르몬 대체요법을 처방하고 있는 의사들과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1. 폐경기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한 호르몬 대체요법은 장점이 단점보다 많으므로 계속 사용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2. 유방암 발생 위험의 증가는 연구대상자 전체에 대한 상대적 비율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환자 개인당 유방암 발생률은 연간 0.1% 미만이었는데, 이는 미국의 통계로 우리 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는 유방암의 발생 빈도가 서양의 1/4 ~ 1/6 정도이며 발생 양상 또한 서양에서는 2/3가 50대 이후에 발생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2/3가 50대 이전에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3. 심혈관 질환만을 예방할 목적으로 접합 마 에스트로젠과 메드록시프로제스테론 아세테이트 병합요법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한 피할 것을 권고합니다. 4. 호르몬 대체요법 중 접합 마 에스트로젠과 메드록시프로제스트로젠 아세테이트 병합요법 외에 에스트로젠과 다른 프로제스테론 병합요법, 저용량 호르몬 대체요법, 경피투여법 등은 지속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5. 자궁적출술을 받은 여성에게 에스트로젠을 단독 투여하는 것은 여전히 표준치료이므로 지속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6. 현재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고 있는 여성들은 동요하지 말고 주치의와 상의하기를 권고합니다. 2002년 7월 13일 대한폐경학회 회장 이홍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