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위험지대" 충격 하나. 백인 부부의 흑인 쌍둥이 출산. 더 큰 충격 하나. 국내엔 인공수정 관련 의료법 부재. 지난 8일 영국 BBC 방송은 “영국 국립보건의료기관 산하 한 병원에서 인공수정을 통해 아기를 가진 백인 부부 사이에서 흑인 쌍둥이가 태어났다”며 “영국에서 시술된 시험관 아기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해 충격을 더했다. 해당 병원은 돌연변이일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인공수정 전문가들은 아주 단순한 실수로 보고 있다. 인공수정에 사용된 정자 또는 난자가 바뀐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의 사례를 접하며 국내 의료계를 살펴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국내 불임 부부의 숫자는 올해 100만 쌍을 넘어섰다. 이는 10쌍의 가임 부부 중 1쌍이 불임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엄청난 수치다. 또한 불임을 극복하기 위한 체외수정 시술 횟수도 지난 해 이미 2만건을 넘어섰다. 반면 국내 의료 관련 법에는 인공수정에 관한 명시적 조항이 없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인공수정 시술을 신청한 의료기관을 심사, 인준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지난 4월 현재 학회가 인준한 의료기관은 92개이지만 실제 인공수정을 시술하는 병원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특히 비배우자간 인공수태 자격을 인준받은 의료기관은 일부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인공수정용 정자ㆍ난자의 매매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다. 매매를 하더라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건강하지 못한 정자ㆍ난자의 매매는 기형아 출산 등 영국의 사례보다 더 큰 위험을 낳을 수도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인공수태 윤리선언을 제정했지만 말 그대로 선언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은 인공수정 시술 행위를 당사자간 계약으로 볼 뿐이다. 탄생을 다루는 분야에 대한 소홀함이 하늘을 찌른다. 불임클리닉전문 대전 신아산부인과 이종인 원장은 “혈연에 대한 애착이 강한 우리의 정서상 인공수정은 날이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아이를 갖고 싶은 환자들이 맘놓고 질 높은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루빨리 관련 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현재는 의사협회의 인준을 받았는지, 시술 성공횟수가 많은지 등이 의료기관 선택 기준의 전부다”고 했다. 박창진 기자 koma@daily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