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요실금보험 위기설 ‘쑈’ 였나

보소협, “환자들만 "보험사기꾼" 만들었다”

소위 ‘요실금보험’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이 문제를 놓고 삼성생명과 산부인과의사회의 감정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보험소비자 단체들까지 가세, 삼성생명을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보험소비자협회(이하 보소협)는 문제의 요실금보험인 "여성시대건강보험"가입자에게 실제로 지급된 보험금까지 공개하며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다.

◇ 요실금환자는 로또 당첨자?

최근 요실금수술이 용이해지고 가격이 저렴해 진데다, 지난 2006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 환자들이 손쉽게 수술을 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요실금수술을 받으면 시술비 500만원을 지원해주는 보험 상품(삼성생명 "여성시대건강보험")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재 요실금 재료대는 약 55만원. 게다가 2006년부터 건강보험 적용까지 받게되면서 환자는 상당한 차액을 남길수 있게 됐다.

또 요실금수술과 소위 ‘이쁜이수술’로 불리는 질성형수술까지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요실금수술을 받는 환자들에 대한 심각한 도덕성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소변의 압력을 검사하는 요류역학검사에서 요누출압이 120cmH2O 이하인 경우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고 발표하고, 동시에 요실금 수술에 대한 대대적인 급여삭감을 감행함으로서 보험사, 정부, 의료계·환자 서로간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다.

특히 가장 많은 상품을 판매한데다 직접 산부인과에 상당한 환자의 자료를 요청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선 삼성생명은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 삼성생명은 요실금 때문에 위기상황인가

이같은 상황에서 보소협측은 29일, "삼성생명측은 크게 손해 본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환자들을 ‘보험사기꾼’으로 몰고 있다"며 해당 보험상품의 지출현황을 공개했다.

보소협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7년 4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삼성 여성시대건강보험에서 지급된 금액은 총 1조7585억원. 이는 보험료로 걷힌 총 금액 4조8220억원 중 36.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문제는 이 금액이 타 보험에 비해 그리 큰 금액이 지출되지는 않았다는 것. 비슷한 상품이면서 남성을 대상으로 한 신바람건강생활보험은 같은 시기에 보험료 4조1234억원 중 1조2896억원을 지출해서 31.3%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보소협 김미숙 회장은 이 자료를 두고 문제가 되는 요실금치료비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입원급여금은 1조2519억원으로 25.2%에 달해 타 지급금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신바람건강생활보험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건강보험이 환자들을 ‘보험사기꾼’으로

보소협측은 건강보험 적용에 의해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가입자가 확 늘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실제로 보소협측이 공개한 건강보험재정지출추이에 따르면 요실금 환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전인 2000년 2392명에 불과 했으나 2002년에는 5876명, 보험이 적용되기 직전인 2005년에는 총 1만9616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즉 이처럼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을 적용한 보건복지부도 문제라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급작스런 환자 증가에 당황, 요누출압이라는 기준까지 만들어 가며 보험적용건을 줄이려 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에 대해 “민영보험사의 주장을 믿고 여성을 ‘보험사기꾼’으로 내몬 사태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자 처벌이 따라야 할 것”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 “민영보험만이 환자증가 원인은 아니다”

이같은 보소협의 주장에 산부인과의사회측도 상당부분 동의하고 있다.

고광덕 부회장은 “그간 환자수가 늘어난 이유로 민영보험 효과가 없지는 않겠지만 단순히 그 때문에 요실금 환자가 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선진국도 국민 소득이 상당액을 넘어가게 되면서 환자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결국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환자들이다. 많은 환자들이 “요실금 보험 안된다면서요”, “힘든 검사해야 한다면서요”라면서 시술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보건복지부에서 기준으로 제시한 요류역학검사는 항문과 질에 관을 끼우고 검사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고통 때문에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들 중 40%에 달하는 요실금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게 산부인과의사회측의 설명이다.

산부인과 병·의원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고 부회장에 따르면 요류역학검사의 방법 등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받아야 할 보험료가 마구 삭감당하고 있으며, 울산지역의 경우 180건이 전부 삭감당했다.

그는 또 삭감 대상에는 시술비 뿐 아니라 입원료에서 식대까지 모두 포함되고 있으며 요류역학검사를 기준으로 제시한 비뇨기과 등도 예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삼성생명, “자료의 전제가 잘못됐다”

한편 삼성생명측은 보소협측이 제시한 자료에 대해 전제가 잘못됐다며 반박했다. 보험료는 만기가 되면 되돌려줘야 하는 금액이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안된다는 설명이다.

또 해약이 있을 수 있고, 일정 시점에서의 단순비교는 의미가 없다며 무용론을 제기했다.

이같은 점에 대해서는 고광덕 부회장 역시 "담보가 달라 비교할만한 지표가 아니다"라며 "요실금이 데이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표현할만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험사측의 적극적인 방어에 대해 “보험사는 적극적으로 고객이 맡긴 돈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한다. 만기가 지나면 환급해 줘야 하는 가입자의 재산을 지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산부인과 의사들의 도덕적인 문제도 언급했다. 실제로 일부 산부인과의원에서는 실거래가 차이를 이용, 차액을 노리다가 법원에서실형을 선고받는 등의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그러나 고광덕 부회장은 “극소수는 있겠지만 어떤 직역이든간에 일부 미꾸라지같은 사람은 있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환자들이 모두 수술을 받지 못하도록 재벌의 힘을 이용해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메디컬투데이 / 이동근기자 2007-11-30  08:3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