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법안이 불씨] 방사선과 對 외과 ‘CT 大戰’ ‘방사선과 의사있어야 장비사용’조항에 양측갈등 증폭 전국 신경외과·정형외과·일반외과 의원과 200병상 이하 병원에 설치된 CT·MRI·유방촬영기 등의 사용 권한을 둘러싸고 방사선과 전문의와 외과계(系) 전문의들 간의 전면전(全面戰)이 벌어지고 있다. 각 학회에선 자기 학회 입장을 대변하는 성명서와 대국민 홍보문 등을 일간지 등에 앞다퉈 게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긴급 모금’에 돌입하는 등 ‘전의(戰意)’를 불태우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복지부가 지난 5월 28일 제정한 ‘특수 의료장비의 설치, 운영, 품질 관리에 관한 규칙(안)’. 한 달여간의 입법예고를 거쳐 지난 1일 시행 예정이었던 이 안은 CT·MRI·유방촬영기 등 방사선 진단장비를 설치할 때는 반드시 진단 방사선과 1명과 방사선사 1명 이상이 상근(常勤)해야 하며, 한 장비당 공동활용 병상수가 200병상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병상 이상 대형 병원을 제외한 전국 병·의원은 사실상 방사선 진단장비를 폐기하거나 방사선 전문의 1명을 고용해야 한다. ‘포문’은 신경외과학회가 먼저 열었다. 학회는 지난달 28일 모 일간지에 성명서를 게재하며, “복지부 안은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의약분업과 같은 파행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경외과학회 조병규(曺炳圭·서울의대) 이사장은 “현실을 무시한 유토피아적 발상”이라며 “국민 의료비는 폭증하고, 1차 의료기관(신경외과 의원 등)이 위축돼 의료체계가 마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방사선과 전문의들의 집단 이기주의적 발상”이라고 공격했다. ‘선제 공격’을 받은 방사선과는 학회를 중심으로 반격에 나섰다. 학회는 최근 일간지 광고 등을 통해 “외과계 전문의가 방사선 장비를 사용할 경우 오진(誤診) 위험이 높으며, 개인 의원에서 무분별하게 방사선 진단을 시행하는 일이 사라져 국민 의료비는 오히려 절감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방사선의학회 임태환(林泰煥·울산의대) 총무이사는 “방사선과 전문의의 입지를 심하게 좁혀 놓은 바람에 최근 방사선과 지망자가 사라졌고 유명 대형병원조차 방사선과 전문의를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므로 이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 이사는 “방사선 진단장비에 대한 ‘대국민 홍보전’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전국 방사선과 전문의와 전공의(레지던트)를 대상으로 긴급 모금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시행 예정이었던 복지부 시행규칙은 현재 유보되고 있지만 조만간 시행될 전망이다. 신경외과학회 등은 ‘시행규칙 효력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법적 대응할 방침이다. 방사선과 학회도 “끝까지 가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CT·MRI·유방촬영기 등을 둘러싼 의사들 간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林昊俊기자 hjli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