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는 적었고 부담은 눈덩이.’ ‘의사는 진료ㆍ처방, 약사는 조제’를 근간으로 한 의약분업이 실시된지 내달 1일로 만 2년.그간의 성과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의약분업 시행 이후 약화사고 감소나 질병의 조기발견, 환자의 알권리 신장 등 긍정적 측면도 있었지만, 날로 늘어나는 의료비 부담과 나아지지 않고 있는 의료서비스 질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 또 건강보험 재정은 악화일로에 있고 의약품 오남용 방지도 항생제, 주사제, 스테로이드 등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짝효과’에 그치고 있다. ■ 의약품 오남용 다시 악화 보건복지부는 28일 ‘의약분업 2년의 성과’ 자료에서 의약분업 이전 보다 *항생제 청구건수 22.2% *주사제 청구건수 24.7% *스테로이드 청구건수 15.8% 각각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효과가 더해가야 할 오ㆍ남용 방지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정체 상태거나 퇴보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의원의 청구 건당 항생제 품목수는 분업 전인 2000년 5월 진료 건당 0.9개에서 1년뒤 0.63개로 크게 줄었다가 올 3월에는 0.7개로 늘었다. 또 스테로이드제도 진료 건당 품목수가 1년 전과 비슷한 0.16개를 유지하고 있다. 주사제 처방이나 약품목수도 1년전에 비해 다시 소폭의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 의료비부담은 매년 눈덩이 보건당국은 당초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건보재정적자도 늘지 않고 국민의료비도 절감된다고 홍보했다. 예상과 달리 의료수가는 매년 늘어났고 약제비 역시 증가했다. 지난 2년간 4차례에 걸친 의료수가조정에 따른 인상률은 무려 50%에 육박한다. 더욱이 건강보험 청구금액의 4분의 1인 4조2,000억원이 약품비로 나갈 만큼 고가약 처방 등으로 인한 약제비용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연세대보건대학원 정우진교수는 “의료소비자 입장에서 의약분업으로 연간 약 8,340억∼1조9,340억원의 비용을 더 부담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 ‘시계 제로’ 건강보험재정 건강보험은 올 상반기 1,600억원의 흑자를 냈다. 하지만 여기에는 국고와담배부담금을 합쳐 무려 2조1,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결과다. 국고보조가 없는 하반기에는 얼마만큼 적자가 날 지 예측할 수 없다. 건강보험료 9% 인상 가정 하에 내년부터 흑자기조를 유지할 방침이지만 반발도 만만찮을 전망이어서 누적적자 2조5,700억여원이 언제 해소될 지 기약할 수 없는 실정이다. 건강연대 조경애(趙慶愛)사무국장은 “의약분업 도입 초기 보다 국민불편은 많이 해소됐지만 비용증가나 의료서비스의 질 제고 등 피부에 와 닿는개선책이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며 “불필요한 논쟁보다는 정책적인개선에 주안점을 두어야한다”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