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변호사(medicallaw1@thrunet.com) 이번 호에서는 냉동 보관된 정자나 난자의 소유권 및 매매의 가부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원래 정자·난자의 냉동보관은 정상적인 부부의 경우에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익명의 기증자의 경우에는 불임부부들에게 제공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냉동 보관 정자 및 난자는 임상적 관점에서 볼 때, 진단 목적으로 채취한 세포나 조직 혹은 암 치료 목적으로 적출한 조직 등의 검체와는 성격이 전혀 달라, 소유권이 문제가 된다. 검체는 환자의 소유권을 인정해도 오히려 적출물 처리 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불이익하여, 적출한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에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냉동 정자나 난자는 향후 타인의 치료에 사용할 목적으로 채취·적출한 장기나 조직, 배아와 임상적 위치가 같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냉동 정자 및 난자의 소유권은 환자에게 속하며, 병원은 단순한 수탁자로서 이를 유지, 보관하는 의무만을 갖고, 환자가 반환을 요구하면 이에 응해야 한다(단, 보관 및 유지비용은 청구가능).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즉 소유권이란 당연히 처분의 자유를 포함하고 있는 바, 냉동 보관된 정자나 난자의 소유권이 인정된다고 해서 이를 자유로이 매매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내세워 장기의 매매를 인정하자는 듯한 의견을 피력한 바 있는데, 이에 따른다면 당연히 정자나 난자도 매매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이에 대해 가칭 ‘생명공학보건윤리안전법", 또는 이와 비슷한 이름의 법률을 제정하여 정자와 난자의 매매를 금지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러한 내용의 입법이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현재까지는 냉동 정자나 난자는 대부분 불임부부들이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사이버 섹스"란 개념이 등장하고, 개인주의의 만연으로 일부 부부들에게서는 부부관계 없는 결혼생활도 이루어지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만을 가지려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면 이들도 정자나 난자의 수요층이 될 수 있다. 미국 등지에서는 실제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해서 음성적으로 정자나 난자를 매매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 이에 대한 법적 규율을 늦춰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우선 정자나 난자의 매매를 허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과 부작용을 비교 형량한 후, 사회 윤리적 관점에서 허용여부를 검토해보았을 때,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자·난자 매매를 허용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미국, 유럽에서는 이미 타인의 정자 매매는 물론 수입까지 합법화되어 있으며, 일본에서는 독신 여성에게 노골적으로 정자 구매를 권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법과 제도는 그 사회의 구성원들에 의해 시행여부가 최종 결정돼야 하기 때문에, 이것이 우리나라에서도 허용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매매를 금지하되 100만이나 되는 불임부부들을 위해서는 지금 있는 정자은행제도를 활성화하고, 기증자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매매를 허용할 경우 사설 정자은행이 범람하여 배금주의가 더욱 만연하고, 생명에 대한 경시풍조가 조장되는 한편, 적절하지 않은 정자나 난자가 생명의 잉태에 사용되는 문제점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