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계 고교의 간호관련 학과에서 3년간 간호조무사 준비를 한 학생들이 당국의 경직된 행정처리로 정작 졸업 후 자격시험 응시자격조차 부여받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더구나 보건인력의 교육과 수급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대책 마련을 외면하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 20일 교육인적자원부와 복지부 등에 따르면 서울영신여자실업고 등 5개 간호계열 고등학교(재학생 1,200여명)로 구성된 전국간호계열고등학교연합회는 최근 복지부, 교육부, 청와대, 국회 등 관계당국에 간호관련 학과 졸업생들에게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해줄 것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잇따라 제출했다. 연합회는 이 청원서에서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에는 간호조무사시험 응시자격을 사설학원이나 국·공립 간호조무사 양성소 이수자로 제한하고 있어 정규 간호관련 교육과정을 이수한 고교 졸업(예정)자들은 시험볼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며 관련 규칙 개정을 요구했다. 영신여실 오광현 교장은 “정부가 사설학원에서 9개월 또는 1년간의 간호조무사 과정을 이수한 학원생에게는 시험자격을 부여하면서 교육부에서 인가한 정식 교육기관에서 3년동안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는 응시자격조차 부여하지 않는 것은 형평에 어긋날 뿐 아니라 지나친 규제이자 위헌소지마저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제도적 문제 때문에 간호계열 학생들은 응시자격을 얻기 위해 학교교육과는 별개로 재학중 또는 졸업후 간호학원 등에 등록하거나 위탁교육 형식으로 추가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같은 문제는 교육기관의 신설과 개설문제를 맡고 있는 교육부가 보건의료인력 수급을 담당하고 있는 복지부와 아무런 사전협의 없이 학과신설을 승인했기 때문. 교육부 산하 교육청들은 지난 93년과 99년 두 차례에 걸쳐 전국 5개 여고에 간호관련 학과 신설을 허용했다. 정작 ‘간호학원 또는 간호조무사양성소 이수자에게만 응시자격을 준다’고 규정돼 있는 의료법 시행규칙은 개정하지 않아 문제를 야기한 교육부는 최근 간호조무사 응시자격부여를 요구하는 민원이 빗발치자 의료법 규칙을 개정하는 것만이 사태해결의 유일한 방안이라며 복지부측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교육부가 먼저 간호학원과 간호계열 고교를 설득해 간호조무사 인력조절 계획을 수립하면 규칙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매년 1만5천여명의 예비 간호조무사를 배출하고 있는 전국간호학원협의회는 간호관련학과 고교졸업생에게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간호조무사 실업자를 양산할 것이라며 규칙개정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조운찬·오창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