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Report + + + + + + + + + + + + + + + + + + + + + + + + + - [커버스토리] OECD 권고, 복지부는 왜곡 말아야 <주간 - 119> 2002-05-20 16개 항목 중, 의약분업 긍정 측면만 부각 OECD, "최종 결과 나온 후 논의해야" 지난 9일 보건복지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의 의약분업 및 건강보험 제도에 대해 평가한 결과, 의약분업과 관련해서는 분업의 실시로 의사의 부적절한 처방이 감소하고 항생제 및 주사제 소비가 줄었으며, 의사의 처방 공개로 환자의 알 권리가 신장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도 않은 평가 중에서도 복지부의 입맛에 맞는 내용만을 주요하게 부각시키는 동시에, OECD의 주요한 권고사항 중 일부는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이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OECD의 평가가 과연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OECD는 의약분업의 긍정적 측면에 대한 언급과 함께, 건강보험과 관련해서는 전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고 국민들이 자유롭게 공급자(의료기관, 약국)를 선택할 수 있으나 급여수준이 낮고 가입자 부담률이 높으며, 행위별수가제도로 인해서 비용유발적 수가체계를 가지고 있고 임상진료의 질을 통제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OECD는 한국의 ‘보건의료정책부문’과 ‘건강보험부문’에 대한 평가와 함께 보험료 인상, 수가제도 개선, 의료기관의 외부평가 및 자발적 규제 등 16개 사항에 대해 정책권고를 내렸다. 당연한 처방들, 우선순위가 문제 그러나 OECD가 내린 총 16개항의 정책권고 사항 모두가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정책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들이기는 하지만 너무나 원론적인 내용에 지나지 않아서, 그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는 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화의대 이선희(예방의학) 교수는 지난 13일 복지부가 발표한 OECD 16개 권고사항에 대해 “연구결과가 최종 마무리되지 않은 상항에서 복지부가 OECD에서 권고한 16개 사항들을 발표했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그동안 국내 학자들이나 의료계에서도 여러 번 필요성을 제기했던 부분이었다”며 “정부가 새로운 연구도 아닌 이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과연 국제기구의 평가를 받았어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이번 발표에서는 OECD에서 파견된 평가단이 어떻게 구성돼 있으며, 평가단이 국내에 방문했을 때 과연 정보수집을 위해서는 어떤 사람들을 방문했는지 나와 있지 않다”며 “평가단에게 누가 어떤 자료를 제공해 줬느냐, 평가단이 국내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누구냐에 따라 연구결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공정성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OECD 권고안은 무엇보다 제한된 시간내 일부 외부 전문가가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국내 상황과 괴리가 있는 부분도 있다”며 “보는 이에 따라 주관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이 권고안에 절대적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복지부가 발표한 OECD 권고안은 의료계나, 학계, 정부 모두가 이미 알고 있던 결과였다”며 “문제는 우리나라 현실에 얼마나 적용될 수 있는가”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그는 “OECD 권고안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보험재정 수지균형을 이루기 위해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보험료를 1% 올리기도 어려운 우리나라 현실에서 얼마나 인상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OECD가 권고한 바와 같이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수가제도 개선, 수가협상, 의료기관 자발적 규제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가 보험료 인상 없이 수가인하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의료계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한 편법으로 OECD 권고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화의대 이선희 교수 또한 “현재의 OECD 권고 결론은 각 사안마다 그 배경과 이유에 따라 논쟁이 제기될 수 있다”며 “이러한 내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결론만 고려할 경우 왜곡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교수는 “OECD 권고를 이해 주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의적으로 인용 또는 사용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견해를 가진 관련 전문가들이 전체 보고서를 심층분석하고 권고사안의 타당성과 국내 적용방향 등에 대해 합리적으로 논의하여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본지가 지난 13일 의료계 및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OECD의 평가결과에 대한 신뢰성 문제에 대한 OECD 평가단 담당자의 견해를 질의한 결과, 아직 최종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므로 추후 논의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에 따라 복지부가 성급하게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같은 권고 놓고 해석 제각각 한편, 복지부 국제협력과 이석규 서기관은 일부에서 지적하고 있는 평가결과에 대한 객관성 및 공정성 문제에 대해 “신뢰성이나 객관성 문제제기는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정부는 평가가 완료되는 6월말까지 어떠한 답변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서기관은 평가단의 구성 및 그동안의 평가과정에 대한 공개여부에 대해서도 연구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떠한 답변도 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복지부는 그러나 OECD 연구결과가 완료되는 대로 국내 의약분업 제도에 대한 평가와 16개 정책권고 사항에 대해 전문가 및 관련단체의 의견수렴을 거쳐 정책방향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의료계 일각에서는 OECD가 발표한 정책개선 권고 사항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우리나라에 현실적으로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일부 언론에서도 중요한 과제를 서로 다르게 분석하고 있는 등 보건의료 발전을 위해 필요한 과제들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는 OECD의 평가결과에 대해 ‘의약분업으로 소비자 알 권리 신장’이라는 제목을 뽑았고, 또다른 언론에서는 ‘참조가격과 대체조제 시행’을 제목으로 뽑았다”며 “그러나 OECD가 최우선 권고사항으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본인부담금상한선제도 도입 ▲보험료 인상 ▲건강보험 수입추계에 근거한 지출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수가계약에 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본인부담금상한선제도를 도입하여 의료이용의 경제적 장애를 제거하는데 동의하면서도 상한선을 넘었을 경우 전액 보험자부담이 돼야하는 것에 대해서는 OECD가 경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으로 의미를 희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OECD가 2~3년 단위의 보험재정 수입추계와 연계한 보험재정지출 목표제를 도입하고 이를 기초로 수가에 대한 명확한 협상방침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으나, 이는 보험재정안정을 위한 보험료 인상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복지부가 OECD 권고안에서 밝힌 참조가격제 및 대체조제 도입은 참조가격제 및 약효가 동등한 비특허 의약품 사용에 기초한 의약품상환제도의 도입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며, ‘the use of generic equivalent’를 ‘대체조제’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객관성과 공정성이 필수 지난 5월 김원길 전 장관 재임시 복지부가 OECD에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에 대한 평가를 의뢰했을 때 복지부 한 관계자는 “정부가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야겠다고 판단했던 것은 의료계나 학계 등에서 밝히고 있는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통계에 차이가 있어 서로 다른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의약분업 및 건강보험 제도 등 국내 보건의료제도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국제기구로부터 평가를 받음으로써 국제 기준에 비춰 불합리한 국내 보건의료 제도의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의뢰의 취지를 밝혔었다. 따라서 이번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다. 혹시라도 이번 평가에 복지부가 ‘영향’을 주려 하거나, 그 해석을 자의적으로 한다면 외부에 평가를 의뢰한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오는 6월말에 발표될 예정인 OECD의 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건의료 통계자료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지영 기자 molly97@fromdoct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