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2월10일경 황당한 내용의 우편물을 받았습니다. (제목) --원외처방약제비 과잉처방 요양급여비 색출 내역서-- 이제는 의사를 무슨 간첩이나 범죄 집단인양 색출이라는 단어까지 쓰면서 감시하는 시대가 되었다니.... 평소에 양심껏 진료하고 청구해 왔기 때문에 이런 취급을 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던 일입니다. 더구나 외래만 보는 산부인과로서 다른 과 청구금액의 1/4~1/5 도 채 안되는데, "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가시오" 하는 표현이 옳을것 같습니다. (내역) case 1 2001년 4월20일, 61세 환자 손OO, 골다공증(Bone Density: 60%, T-score:-3.3)과 위축성질염 소견으로 포사맥스70mg정 8정(2개월분)과 콜맥스 질크림(15gm)을 처방하였습니다. 물론 2001년 7월경 청구하여 아무 문제없이 지급 받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2002년 2월, 갑자기 소급하여 콜맥스 질크림을 썼기 때문에 골다공증약을 인정해 줄수 없으므로, 포사맥스 약값을 환수하겠다는 통보였습니다. 약은 이미 환자가 먹었고 약값은 약사가 가져 갔는데 왜 의사가 모든 비용을 내야 합니까? 더구나 위의 골밀도 수치는 1년에 3개월간은 당연히 보험으로 인정이 되는 범위인데 너무 황당하였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지원에 전화하였더니, 담당직원 왈, "콜맥스는 호르몬제 연고이므로 포사맥스가 인정이 안된다"고 하면서 복지부 고시에 나와있다고 하더군요. 청구시 진단명으로 골다공증과 위축성질염 두가지를 붙였는데, 그러면 골다공증에 콜맥스만 쓰라는 애기냐고 따졌더니.... 어쨌던 복지부 고시에 그렇게 나와 있으므로 안된다는 황당한 말만 반복했습니다. 작년에도 HRT환자에게 포사맥스 처방했더니 삭감하여 내역을 물었더니, 복지부 고시에 의해서 호르몬제와 골다공증의 병용투여는 인정이 안된다고 하여, "그러면 앞으로 HRT 사용중인 여성이 중증골다공증인 경우(T-score -3.0이하) 포사맥스를 비급여로 처방하겠다"고 했더니 심평원 직원 왈 "비급여로 처방하여 환자가 민원을 넣으면 선생님이 걸려요." 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보험으로 처방하면 의사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비보험으로 처방하면 의사가 걸리고.... 으악분업 만세 !!! (심평원에서 알려준 복지부 고시내용) 골다공증 치료제에는 호르몬요법(Estrogen, Estrogen derivates등)과 비 호르몬요법(Bisphosponate, Calcitonin, Vit D, Ipriflavon등)이 있으며, 칼슘제제와의 병용투여를 제외하고는 병용투여에 대한 효과가 입증되지 아니하였으므로 호르몬대체요법(HRT)과 비호르몬요법제를 병용투여하거나 비호르몬요법간 병용투여는 인정하지 아니한다. Case 2 마찬가지로 동일한 색출내역서에 있는 내용입니다. 73세환자 김OO, 골밀도 64%, T-score;-3.0으로 포사맥스70mg정 을 단독 처방했는데 환수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전화로 항의했더니 이의신청을 하라는 말만 합니다. "행정착오로 잘못해서 삭감했으면 당신들이 고치면 되지 왜 내가 복잡하게 이의신청을 해야 하느냐"고 따지다가 그냥 포기해 버렸습니다. ------------------------------------------------------- 저도 이제 부당청구하여 보험제정을 축낸 의사가 되었습니다. 중증의 골다공증 노인 환자에게 뼈 부러지지 말라고 약 처방하고, 환자에게 3,000원 받고 4,800원 청구한 것 밖에 없는데 81,080원을 다음 청구분에서 환수하겠답니다. 억울하게 삭감당한 이 금액도 나중에 정부에서 발표하는 "병의원 부당청구 금액 몇백억원을 삭감했다"고 하는 내용에 포함 될 것을 생각하면 싸워서라도 돈을 되찾아야 하겠지만 더 이상 이문제로 상처받고 시간을 빼앗기기 싫어서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어찌 억울한 의사가 저 뿐이겠습니까? -----END----- (콜맥스질크림은 15g에 3270원이며, 에스트로겐성 호르몬유도체인 Promestriene 10mg이 함유되어 있지만, 전신적으로 작용하는 호르몬제가 아니고 국소에만 작용하는 위축성질염 치료제인 일반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