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B원장은 괴롭다. 휴진투쟁만 생각하면 자신이 답답하고 다른 의사들이 밉기도 했다. 그렇다고 누굴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B원장은 의사회 간부이기도 하지만 현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반감이 컷 던 인사다. 잘못된 의료정책을 개선하는데 자신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순수함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의협은 물론 의쟁투, 최근 비대위 투쟁 지침을 누구보다 성실히 따랐다. 중요 회의가 있다면 환자들에게 욕을 먹어도 참석하는 열성을 보였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도 자리를 자주 비우는 의사를 찾지 않는 횟수가 늘어났다. 올 여름에는 때아닌 휴가를 두 번이나 다녀왔다. 내키지 않았지만 지침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그 뜻을 실천했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니 자신만 바보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투쟁이라고 했지만 참여율이 워낙 저조했던 것. 소신을 갖고 의협 방침을 따랐지만 참여한 자신만 손해를 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환자가 예상보다 줄어드는 측면에서도 확인됐다. 이럴 때도 있지 하고 자위하지만 마음 한구석 시린 느낌은 쉽게 해갈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B원장은 세무조사까지 받고 있다. 통상적이라고 하지만 환자도 줄어든 마당에 속이 상했다. B원장은 지역에서는 가장 많은 환자를 보는 의사중 한사람이었다. 이번 세무조사가 통상적 이라고 하지만 웬지 개운찮다. 정부가 자신의 투쟁성을 세무조사로 압박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B원장의 이같은 고민은 주 5일투쟁의 일환으로 휴진이 결의된 지난 18일(토요일)도 확인됐다. 구의사회 총회를 다녀온 뒤 문닫고 쉴려고 했지만 마음이 개운치 않아 문을 연 것이다. 예전 같으면 생각지 못한 행동이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B원장은"회원들이 현실적으로 돌아선 것 같다. 혼자서 너무 손해가 많은 것 같다. 환자도 많이 줄었고 투쟁한 사람만 손해 보는 것 같다". 고 씁쓸해했다. 항상 차분하면서 의사의 역할과 자존심을 강조하던 예전의 모습에 비하면 상당히 나약해진 모습이랄까…. 비대위 투쟁으로 인해 이같은 자존심의 상처를 입은 의사들이 많아졌다. 뒤늦게나마 비대위가 의료계 정서를 받아들여 휴진 등의 투쟁을 접기로 했지만 무관심과 패배감이 전반적으로 팽배해졌다. B원장은"의사로서 열심히 환자 진료보며 살 수 있는 때가 언제나 올지 안타깝다"며 답답한 심정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