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학회, 수가인하 절대 인정 못해 대한안과학회도 지난 6일, 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 심사평가원, 보건복지부 관계자들과 자리를 같이 하고, ‘DRG 수가에 반영되어 있는 재료대의 가격을 하락된 만큼 조정한다’는 입장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전달했다. 또한 복지부 및 진흥원 연구팀에서는 다른 3개 분과학회의 DRG 수가에 비해 안과학회의 DRG 수가가 높게 책정되어 있어 수가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의 수가에서 최소한 재료대 등은 따로 산정해 진료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최대한 예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환자에게 편리하고 득이 되는 새로운 치료법이 DRG 제도에 묶여 도입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안과학회는 최근 복지부가 밝힌 자료에는 DRG 도입 당시인 98년 1월31일 일반렌즈가 11만원, 특수렌즈가 23만원이었으나 재평가 시기인 2001년 7월1일 기준에는 일반렌즈가 약 8만원, 특수렌즈가 약 18만5,000원 정도로 가격하락이 있었다고 밝혔다. 게다가 복지부가 제시한 자료에는 초기 입원기간을 5.4일 기준으로 책정했던 수가가 현재 2일 정도로 짧아져 있어, 이는 무작정 가격인하를 하겠다는 것으로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소지가 있으며, 전반적인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하는 직접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위별수가보다 DRG 수가가 12% 높다? 복지부는 시범사업기간 동안 행위별수가보다 DRG 수가가 12% 이상 높게 나왔다고 밝혀 DRG로 인한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의약분업도 그랬듯이 장점만 강조하다 오히려 상처투성이인 정책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복지부가 DRG 수가가 현행 행위별수가보다 높은 수준에서 보상된다는 사실과 이에 대해 함께 공개한 입증자료만을 보면, 언뜻 복지부의 계산이 옳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DRG군에 포함될 기존 행위별 항목들의 재정추계액’과 ‘DRG 재정추계액’(DRG 군별 수가와 추정발생빈도를 곱하여 합한 것)을 정확히 비교분석해서 DRG 수가가 행위별수가보다 높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확인돼야 한다. 그러나 이런 궁금증에도 불구하고 자료가 공개되지 않고 있어 DRG 수가가 12% 높다는 것에 대한 신빙성에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시범사업 병원들, 꿀 먹은 벙어리? 한편, 대한병원협회는 DRG 사업 전면시행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하지는 않고 있다. 병협 이송 보험이사는 “그동안 시범사업을 통해 많은 부분이 수정·보완 됐다”고 인정하고 “다만 중증도가 제대로 인정되지 않는 문제, 환자가 다른 질병으로 전과할 경우 퇴원을 하고 다시 입원하는 문제, 난이도 차이에 대한 수가차등이 현격히 구분되지 않는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조정할 것을 요구한 정도이다. 그러나 이송 보험이사는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병원들은 처음 행위별수가보다 DRG수가가 높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종합병원급 이상의 경우 사실과 다른 것이 확인됐으므로, 정확한 통계·분석에 따른 수가산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협이 DRG 시행과 관련 강력하게 반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일부 병원 관계자들은 “실제로 DRG를 실시함으로 인해 병원 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에 굳이 반대할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모 병원의 경우 DRG를 실시함으로 인해 행위별수가보다 연간 10억원 이상의 수입이 증가했다고 밝힌 것을 참고하면, 이보다 더 많은 효과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게 병원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그러나 학계 관계자는 “지금은 높게 나타난 것이 사실이지만 DRG가 정착된 상황에서는 오히려 정액개념으로 수가가 동결될 가능성도 많다”고 우려했다. 그 이유는 신의료기술 등이 DRG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병원이라는 것이다. 남은 기간은 40일, 준비할 것은 태산 복지부의 의지가 전면시행이라면 시행을 앞두고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당장 DRG 수가수준이 결정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수가산정 시 의료계와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계속 논란이 될 경우, 일방적으로 수가를 결정할 가능성이 많다. 현재 DRG 수가 산정을 위해 전담팀을 꾸리고 있으나 의료계의 입장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는 의문이다. 이외에도 DRG를 도입하게 되면 당장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요양기관에서는 전산프로그램을 전면 교체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내부 업무조정으로 인한 부담을 안게 된다. 또한 산부인과학회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중증도 등에 대한 분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 것을 보더라도 분류체계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지금보다 더 완벽한 분류체계는 없으므로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건강보험재정이 파탄 난 가운데 DRG를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의약분업을 강행하던 때의 정부의 태도와 흡사하다. 거의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시행초기에 부담되는 재정이 있는 것을 보더라도 정부는 무슨 돈으로 DRG를 실시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따라서 대안 없이 DRG를 밀어붙일 경우 또 다시 졸속시행이 우려되며, 그래도 DRG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DRG를 진료비 통제수단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결국, 의약분업 이후 환자의 불신이 증가하고, 수가계약제도 여전히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가를 결정하는 체계 하에서는 DRG 제도가 합리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험 재정안정을 위해 DRG를 진료비 통제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고, 일부 학자들이 지적한 문제를 복지부는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정환 기자 leejh91@fromdoct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