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이후 급증하는 고가약 처방을 억제하려던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안정 대책이 유보됐다. 보건복지부는 "약을 적절하게 사용하는지 평가해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진료비를 삭감하는 약제 적정성 평가 대상에서 고가약을 제외하고 주사제.항생제만 시행키로 했다" 고 14일 밝혔다. 지난달부터 시행하려던 참조가격제(비싼 약의 일부 비용을 환자가 부담하는 제도)가 무산된 데 이어 고가약 억제책마저 유보됨으로써 오리지널약(동일 성분 약 가운데 원조약) 등 비싼 약 처방을 막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약제 적정성 평가를 통해 연간 7백84억원을 절감하겠다고 복지부가 지난 5월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 대책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해 7월 의약분업 시행 이후 약값 마진이 사라진 의료기관들이 상대적으로 약효가 정확하고 좋은 것으로 알려진 오리지널약 처방을 선호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중요한 요인이 됐다. 복지부는 지난 3월 건강보험 재정을 분석한 자료에서 의약분업 전에는 고가약 처방이 전체 약품비의 43%를 차지했으나 분업 이후 62%로 급증해 연간 7천여억원의 약값이 더 지출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고가약 억제책을 유보한 이유는 오리지널약을 많이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들의 반발이 거세 통상 마찰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가약 억제책을 완전히 포기한 게 아니다" 면서 "참조가격제가 도입되면 고가약을 선별하기 쉬워져 고가약 억제책을 시행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