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는 의사의 진찰 없는 처방전의 재사용으로 인한 약화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
해 처방전은 1매 발행하고, 환자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약국에서는 조제내역서를
1매 발행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계속 고수하고 있습니다.
의사의 고유권한인 처방권 사수를 위해 청와대·국회의원·국무총리·법제처 등 관계
요로에 본회 입장을 건의추진하고 있습니다.
회원님들께서는 본회의 기본원칙이 처방전 1매 발행이라는 점을 감안하시어 적극 협
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02년 2월 8일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이창훈
처방전 1매 발행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의 입장
1. 처방전의 발행 목적
처방전의 발행 목적은 진료를 마친 의사가 그 환자의 진단명에 맞는 의약품을 어떻
게 조제하라고 약사에게 주는 조제지시서이며, 이는 의료법에 따른 공문서이고 사사로
이 개인이 보관할 문서가 아니다. 의약분업을 시행하고 있는 미국, 영국, 독일 및 일
본 등 선진국에서도 처방전은 1매만 발행하고 있다.
2. 처방전 2부 미 발행시 행정처분은 법적으로 타당한가?
가) 행정처분은 법의 합목적성에 부합되는가?
합목적성이란 법이 그 가치관에 구체적으로 합치되는 것을 말한다. 법은 본질적으로
국가의 의사이고, 동시에 하나의 제도이다. 따라서 법의 목적은 국가의 목적과 직결되
기 때문에 법의 합목적성은 국가의 목적에 의해 결정된다. 또 법의 목적은 사회적·정
치적·사상적 배경에 의해 구체적 내용이 결정되는 것이므로 정의가 법의 내용을 일반
화하는데 반하여, 합목적성은 법을 개별화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법의 합목적성은
법이 요구하는 가치관에 따라 법의 목적을 현실화하는 데 있는데, 이번 정부의 행정처
분은 법의 합목적성에 위배된다고 하겠다.
나) 행정처분은 법치주의인가 정치주의인가?
① 법치주의
법과 정치 중 법의 우위를 주장하는 것이 법치주의이고, 정치의 우위를 주장하는 것
이 정치주의이다. 법치주의는 인권보장을 목적으로 하여 모든 국가 작용은 법에 기하
여 행해져야 한다는 원리이다. 법치주의에 따르면 아무리 법이 정치에서 발생하였다
고 하더라도 정치는 그 법의 구속을 피할 수 없다. 정치가 법에 구속된다는 것은 국가
도 구속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법치주의는 민족주의와 통하며, 치자와
피치자는 동일체가 된다. 또한 법에 의하지 않는 정치는 불법이며, 법에 의하지 않는
권력은 폭력이 되는 것이다.
② 정치주의
법치주의에 반하여 정치주의는 법은 어디까지나 정치의 수단에 불과하여야 하고, 정
치가 법의 구속을 받아서는 아니되며, 법이 정치에 구속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
나 이러한 사상은 법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정치의 만능을 믿게 되며, 조작
(manipulation)에 의하는 독재주의정치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과연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중개정령(안)이 정치주의에 입각하지 않는 법치주의라고 떳
떳이 말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다) 사법상의 권리(사권, Private rights)
즉 사인 상호간의 재산과 신분관계에서 인정되는 권리를 말한다. 또한 사권관계는 국
가 또는 공공단체가 통치관계를 떠나서 사인과 대등한 지위에서 행위를 하는 경우에
국가 및 공공단체와 국민사이에도 존재한다. 그 중에서 지적재산권은 경제적 이익을
그 내용으로 하는 권리이다. 이것은 인간의 사회생활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권리
이며, 권리자의 인격이나 신분과는 관계없이 금전적 평가를 목적으로 하고, 권리 자체
도 금전적 평가를 지니는 권리이다. 저작·발명 등의 정신적·기능적 창조물을 직접
이용하는 권리이다.
라) 행정처분은 관습법에 위배
관습법이란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한 사회생활규범이 사회의 법적 확신과 인식
에 의하여 법적 규범으로 승인, 강행되게 이른 것을 말한다. 2000년 7월 1일 이후 1
년 6개월여 강행되어온 처방전 1매 발행의 관행도 관습법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마) 행정처분은 행정의 자기구속의 원리(법리)에 위배
행정의 자기 구속의 원리란 행정청이 상대방에 대하여, 동종사안에 있어서 제3자에
게 행한 결정과 동일한 결정을 하도록 스스로 구속당하는 것을 말한다. 이 원칙은 "그
것을 정당화할 만한 사유가 없는 한, 다른 자에 대한 처분보다 불리한 처분을 하여서
는 안된다."는 평등원칙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의사에게 처방전 2매 발행
을 계속 강요한다면, 마땅히 법의 형평성에 따라 약사에게도 조제내역서와 판매기록부
의 비치를 강제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2001년 8월 13일 "약사가 처방전이나 조제기록
부를 보존하지 아니하였을 때는 4차에 걸친 유예기간을 거쳐 1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상에는 "의사의
진료기록부 등을 보존하지 않았을 경우 아무런 유예기간 없이 1월의 자격정지 처분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약사와 의사간에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시킨다.
바) 행정처분은 상당성의 원칙에도 위배
설정된 목적실현을 위해 필요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 행정처분을 취함에 따른 불이익
이 그것에 의해 초래되는 이익보다 큰 경우에는 당해 행정처분을 취해서는 안된다.
3. 처방전과 의사의 지적재산권
의사 고유의 처방권은 진료권(의권)의 한 영역이며, 인간으로서의 환자에 대한 감
정, 환자를 안심시키고 질병에 저항하는 환자 속에 있는 치유기간을 발휘할 수 있도
록 하는 것, 환자를 이해할 줄 아는 의사의 도덕적 자세와 전문적 의료기법이 합쳐져
비로소 의술은 단순한 과학기술을 넘어선 인술(仁術)이 될 것이다. 그것이 곧 의술의
기본이며,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한 처방전은 마땅이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한 어떠한 이유로도 의사가 임상경험을 통해 얻은 의사개인의 고유한 처방전은 지적재
산권 차원에서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 처방전 내용을 제3자가 임의로 변경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당연히 배타적 권리가 인정되어야만 할 것이다.
4. 처방전 재사용으로 인한 약화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환자의 치료 반응과 증상의 호전에 따라 약물의 지속적인 투여 또는 용량조절은 환자
가 진찰을 받은 시점에서 의사의 판단아래 조절되어야 하기 때문에 의사의 진찰 없는
처방전의 재사용으로 인한 약화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처방전은 1매만 친
필 사인 후 발행해야만 한다.
5. 환자의 알 권리는 현행법에도 보장되어 있고, 환자 손에 처방전이 쥐어지는 순간
이미 알 권리가 충족된 것이다.
환자의 알 권리는 이미 보건의료기본법 제11조 및 의료법 제20조에 나와 있듯이 법으
로 보장되어 있으며 환자가 원할 경우 의사는 환자에 관련된 정보를 모두 제공할 의무
가 있다. 처방전이란 원래 그 목적이 의사가 약사에게 조제를 지시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에게 병명을 상세히 설명한 후, 처방전 1매를 환자에
게 집적 주기 때문에 환자의 알권리가 충족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6. 처방전 2매 발행은 환자 및 의료기관의 개인정보가 누출 될 우려가 있고, 또한 자
원 낭비적이다.
처방전을 2매 발행할 경우 대략 5억매 이상의 용지가 쓸데없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환자용 처방전 관리를 소홀히 하면 환자 본인의 개인정보, 처방의사의 인적
사항 등이 누출되어 예기치 않은 피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
7. 환자의 알권리 충족과 불법대체조제, 변경조제 및 끼워팔기 등의 확인과 약화사고
시 책임소재를 가릴 수 있도록 약사는 처방전에 의한 조제 후 환자에게 조제내역서 1
부를 발행해야 한다.
환자의 알 권리라는 것은 환자들이 의사들에게만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나라의 의료현실은 의사의 처방대로 약사가 조제하는 환경이 아니라, 약사의 불법진료
와 바꿔팔기, 끼워팔기가 횡횡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정작 필요한 것은 의사의 처방
한 약이 훼손되지 않고 제대로 환자에게 조제되었는지를 환자들이 알 수 있도록 약사
가 조제내역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여 환자에게 주어야 한다. 또한 약화사고가 발생했
을 경우 책임소재를 알 수 있어 환자에게 신속한 피해보상이 될 수 있다.
진정한 환자의 알권리 충족과 약화사고 책임소재 명확화, 불법대체조제 확인차원에서
환자가 실제로 자신에게 투여된 약의 조제내역서를 확보·확인하고 담당의사에게 검증
을 받아야 한다. 시민단체·약사회·보건복지부는 환자의 알권리 보장을 원한다면 의
사의 처방전 매수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사들이 조제내역서 작성 및 교부를
의무화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이상으로 정부가 추진중인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개정령(안)에 대하여 대한의사협회
의 입장에서 처방전의 발행목적, 법의합목적성, 타당성, 법치주의 및 정치주의, 사법
상의 권리, 관습법, 행정의 자기구속의 원리, 상당성의 원칙, 의사의 지적재산권, 개
인정보누출, 외국사례, 처방전 재사용으로 인한 약화사고 방지, 환자 및 의사의 알권
리 등을 예로 들어 처방전 1매 발행의 당위성을 주장하였다. 처방권의 권리(權利
rights)란 의사가 환자를 진료한 후 발행한 그 환자의 고유처방전으로 이에 대한 의
사 및 환자의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질서에 의하여 인정된 자격을 말하며, 따
라서 국가는 의사에게 그 권리를 부여하여 주었다. 국가가 처방권을 인정하여 주는 것
은 이렇게 하는 것만이 그 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바람직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
서 국가는 국가 스스로가 인정한 처방권을 바탕으로 발행된 처방전이 훼손당하지 않도
록 국가권력으로 보호해줄 의무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는 국가와 자율적인 민주시민
사회의 이원적 구조를 취하여 국가의 민주시민사회의 개입으로서의 행정권의 작용은
공공안전과 질서유지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한정시키고, 또한 정부가 권력의 우월적 지
위를 이용한 이러한 행정권(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중개정령 포함)오·남용 소지를 없애
기 위하여 법률로써 그 행정권 오·남용을 규제케 하여 의사를 포함한 모든 국민의 권
익을 보호하여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