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공급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병원가에 계속된 적신호로 심한 적체현
상이 빚어지고 있다. 어쩌면 진퇴양난의 벼랑끝에 내몰린 형국이라고 개탄한다.
작년 연말을 기점으로 의료인에 불어닥친 구인난은 병원 외형의 급격한 감소와 함께
경영난을 부추겨 도산위기에 이른 기관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병원가는 의약분업 특수가 개원가로 바짝 이어지면서 대학병원의 스탭들이 대거
개원가로 이동, 의학교육이 위태로울 만큼 심각성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같은 여파로
이른바 중소병원 단위의 준종합병원은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대학병원
과는 달리 각 과마다 구색만 갖춰 운영해 오던 중소종합병원의 경우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른바 의료전달체계에서 제2차 기관으로 의원과 대학병원을 잇는 중간의 교량역할을
해 온 병원급, 즉 진료체계의 허리가 무너진다면 이는 의료계 이전의 사회적인 문제로
서 간과해선 안될 중대한 과제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병원수는 950여개에 20만8,300여 병상이며 이중 3차기관은 43개에 3
만7,400병상이다. 그 나머지 대부분을 중소병원이 차지하고 있다.
잘못낀 첫 단추를 다시 손질할 사이도 없이 치닫는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 행진은 이
미 작년말로 수조원의 누적적자를 냈는가 하면 끝내 보험료 인상, 고가 의약품 삭감
등의 급여 제한으로 진료의 질적 관리에도 새로운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는 의약분업의 철폐를 주장하며 의사들에 대한 사회의 왜곡된 편견을 바로잡아
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빌미로 `아전인수"하려는 지나친 이기가 아니
냐는 비판의 소리도 없지 않으나 건강보험제도를 보아도 예측했던 대로 파행의 길을
가고 있지 않는가.
의사단체는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 여러 차례 결의대회를 강행하며 의료제도의 개선
을 호소하고 있다. 이같은 의사들의 행동은 곧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데서 위
정자나 일반인이나 모두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중소병원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직은 의사들이 거리에 나와 외치지
만 이같은 사태가 계속된다면 머지 않아 국민들이 진료를 제때 못받아 불편을 호소하
는 식으로 입장이 바뀔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는 매우 심각한 말로 병원급이 경영난으로 도산하게 되면 대학병원은 수용의 한계
가 있고 의원급은 입원이나 수술치료 시설이 거의 없어 환자들이 거리에서 방황하게
된다는 상상조차 겁이 나는 되새겨야 할 말이다.
의약분업 이후 개업 열풍으로 중소병원은 의사 인건비가 30% 이상 올랐다는 전언이
며, 이 마저도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결국 중소병원이 경영난, 인력난으
로 문을 닫아야 한다면 이는 의사파업에 견줄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병원이 어려운
대로 현실 유지라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제도적으로 특단의 배려가 있어
야 할 것이다.
그것은 의사 보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인들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고 나름대로
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의료분쟁조정제도의 확립 등 의사 신분보장책이 강구되어
야 한다.
그들에게 보람을 심어주고 자존심을 키워갈 수 있는 제도가 하루속히 마련되어 의료선
진의 기틀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李 雄 〈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