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업 원점서 전면 재검토 바람직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이 창 훈
Ⅰ. 序論
어느덧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실패한 현행 완전강제의약분업을 시범사업도 없이 전국
민을 상대로 실시한지도 어언 18개월 여가 지났다. 현 정부는 과거 문민정부의 의료개
혁위원회가 의약분업을 3단계(1999 ∼ 2005)를 거쳐 점진적으로 도입할 것을 제시한바
가 있으며 의료계도 동의를 하였다. 그러나 현정부는 개혁성을 부각시키고 가시적인
개혁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의약분업 시행에 대한 충분한 준비 없이 의료개혁이라는 미
명하에 무모하고 기형적인 의약분업을 강행하여 국민들에게 불편과 경제적 부담만 가
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특히 의약분업시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본조건도 갖
추지 않은 채 시행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실험대상으로 한 무책임한 정책결정
이었다. 정부는 무리한 의약분업 및 건강보험 통합과정에서 발생한 4조2000억원의 재
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하여 2001년 5월 31일 건강보험재정안정화를 위한 정부 종합대책
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재정안정화대책은 의료계에 대한 전방
위적 탄압만 가할 뿐 실질적으로 건강보험재정의 안정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현
실성 없는 공허한 대책임이 증명되었다. 또한 실제 의료계가 감당해야하는 수입 감소
액은 정부가 추계한 종합대책에 따른 재정 절감액(의료계 수입 감소액) 보다 상당히
큰 것으로 의료계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에 실패한 현행 의약분업 철폐에
대한 입장과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本論
가. 실패한 현행 의약분업이 초래한 문제점
1. 국민의료비의 증가
2000년 7월1일부터 실시된 의약분업은 국민불편과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의료기관과
약국이용 시 추가되는 진료비와 조제료로 인해 국민들은 연간 약4조 2000억원 이라는
커다란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되었다.( 42만원/가구당/매년 추가부담) 재정적자 규모가
급증한 원인은 수년간 누적된 적자구조와 의보통합 및 의약분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하였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2001년말 기준으로 의약분업률은 43%로 의약분업전보다
7.89% 의료비가 상승했으므로 만약 100% 완전의약분업을 시행한다면 의료비가 현재보
다 18.35% 더 소요된다. 현재 일본의 총의료비는 300조원규모로 100%의약분업 실시
시 약55조원이 더 소요된다. 그러므로 일본정부는 국민의료비가 막대하게 드는 의약분
업을 성급하게 도입하려 하지 않는다.
2. 의약분업에 대한 국민의식
현행 의약분업은 의약품의 오·남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한다는 시행
취지와는 달리 의약품의 오ㆍ남용 방지에는 큰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국민들에게는
의료기관 이용과 의약품 구입에 따른 불편과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킴으로써 실패한 의
약분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2001년 3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이 발표한 의약분업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결
과】
◎ 의약분업정책의 달성도(긍적적 21.9%, 부정적 42.9%)
◎ 의약분업정책의 필요성과 시의성(긍정적 22.3%, 부정적 74.6%)
◎ 의약분업 시행과정에 대한 평가(비합리성 72.1%, 비민주성 71.8%, 준비부족
86.3%, 이익 단체갈등조정 미흡 68%, 건강증진도움 42.6%)
【2001년 9월 1일부터 12월 11일까지의 한나라당 이원형의원 사이버 여론조사 결과】
◇ 의약분업 폐지 주장 - 94.85%
- 전면 백지화하고 완벽한 준비 후 다시 시작 - 72.3%
- 시행하지 않아야 한다 - 22.55%
◇ 수정보완해서 계속한다 - 3.22%
◇ 계속해야 한다 - 1.91%
로 국민들은 현행 의약분업을 실패한 정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 환자 측의 번거로움
1년에 병ㆍ의원 및 약국에서의 진료건수가 약6억 건이며, 1가구 당 1년에 60번 이
상 병ㆍ 의원과 약국을 더 찾아가야 한다.
다음은【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 의약분업 이후의 불편 사항】이다.
34.4% 건강보험료 인상
24.4% 병ㆍ의원에서 약을 받지 못하는 것
17.3% 약국에서 약을 마음대로 사지 못하는 것
15.3% 초진ㆍ재진료 인상
6.5% 진찰ㆍ접수 관련
2.0% 병원내 서비스
4. 준비 안된 상태에서 졸속하게 의약분업 시행
일부 정책입안자, 개혁세력들은 외환위기를 가까스로 빠져 나온 매우 어려운 상황하
에서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성급하게 분업 시기를 결정함으로써 불행한 결과가 초래
된 것이다. 의약분업 실시를 위해서는 반드시 제도적인 보완과 제반 선결조건을 확립
해야 한다고 의료계는 일관되게 주장했으나 정부는〈선 시행·후 보완〉하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분업시행의 선결사항인 의약품 분류문제, 의료전달체계 확립문제, 약사
의 불법임의·대체조제 문제, 약화사고의 책임소재 문제, 보험재정 안정화 문제, 국민
불편과 부담 최소화 문제 등 어느 하나 제대로 구축하지 않고 선 시행함으로써 의약분
업정책의 기조가 무너져 버린 것이다.
5. 생물학적동등성 확보의 중요성
FDA는 1977년 2월 시행된 처방전약의 생물학적이용성 및 생물학적동등성에 관한 규칙
에서 각각의 정의는 생물학적이용성 : 약제의 활성성분 또는 치료효과가 있는 성분이
흡수되어 작용부위에 이용되기까지의 속도와 양, 생물학적동등성 : 똑같은 실험조건하
에서 동일한 양의 동일한 치료효과가 있는 성분을 투여할 때 흡수속도 및 양에 현저
히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태라고 기술하고 있다. 생물학적이용성은 일반
명의약품이 그 상품명의약품과 생물학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증명할 때의 수단으로
이용된다. 생물학적이용성이 동등하다고 해서 치료효과가 같다고는 할 수 없다. 그것
은, 예를 들면 약의 약물동태가 달라지지 않더라도 말초기관수용체와 결합하는 약제
의 능력 또는 기관 자체의 작용에 의해 방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약제가 치료 또
는 임상적으로 동등하다고 하는 것은 화학적동등성으로 볼 때 같은 투여량을 같은 사
람에 투여할 때, 본질적으로 같은 효과 및 독성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같은 활
성성분이라도 투여제형이 상이하면 생물학적 이용성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 이미 여러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예를 들면 경구투여하는 液劑와 固形劑의 차이, 固體에서도 錠
劑와 캡슐제의 차이, 腸溶劑와 徐放劑와의 차이 등, 효과만이 아닌 부작용의 발현에
있어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생물학적 동등성이 확립되지 않고 졸속 시행된 현행 의약
분업은 국민건강에 커다란 위해 요소로 작용 할 것이다.
6. 대체조제의 위험성
현재 약사들은 재고의약품이 약 500억원 어치가 쌓여 있다면서 성분명 처방을 요구하
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국민건강은 뒷전이고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대체조제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보아야만 할 것이다. 미국에서 약의 치료효과와 관련하여 생물
학적이용성의 문제가 대두된 것은 1966년부터 FDA가 시작한 처방전약의 약효평가작업
의 과정에서였다. 즉 같은 유효성분인데도 제품명칭이 다른 경우 과연 치료적으로 동
등한가 하는 의문이 평가위원간에 제기되었다. 그 때까지는 일반적으로 화학적으로 동
등한 것이면 같은 투여량으로 같은 효과가 얻어진다고 믿고 있었다. 이 믿음이 일거
에 뒤집어진 것은 1969년 FDA에 제출된 클로람페니콜의 혈중농도에 관한 데이터에서
클로람페니콜의 혈중농도는 메이커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어, 활성
성분이 같다고 해도 제품명이 다르면 반드시 같은 생물학적이용성을 기대할 수 없다
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더욱이 생물학적이용성에 차이가 나타나 문제가 된 대표적인
약에 Digoxin 제제가 있다. 어느 제약회사의 Digoxin정으로 장기간 투약을 받아온 환
자가 다른 제약회사의 Digoxin정으로 대체투약 하였을 때 급격한 혈중농도 상승으로
Digoxin의 중독증상이 종종 나타났다. Digoxin은 유효혈중량과 중독혈중량과의 차이
가 극소량이기 때문에 특히 투약방법이 까다로운 약에 속한다. 이러한 약들을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대체조제를 허용한다면 약물중독의 발생빈도가 높아질 것이 자명한데
이에 대한 대비책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7. 약사의 임의조제 문제
의약분업은 반드시 약사의 임의조제를 막아서 국민을 약화사고로부터 보호하자는 취
지인데 현행 의약분업은 의약품 분류에 있어서 완벽을 기하지 못하였고, 그래서 약사
의 임의조제를 막지 못한다면 의약분업이 아무 의미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일반의약품
으로 분류된 41.7% 4,522품목의 약으로 내과ㆍ소아과의 처방의 일부를 소화할 수 있
어 일반의약품으로 임의조제행위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현재 대국민 약국이용
행태를 보면 임의조제가 얼마나 많이 횡행하는지 금방 알 수 있는데 임의조제를 방치
및 조장하는 현 정부는 진정 완전의약분업을 할 의지가 없다고 본다.
8. 원외처방료 복원 문제
행위별수가제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는 원외처방료의 복원만이 의료계의 경제적 어려
움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00년 의정합의 사항으로 진찰료와 처방료를
합산하기로 합의하였으나 그 당시 의료계는 수가인하 목적으로의 합산에는 반대한 바
가 있다. 원외처방전의 부활은 완전한 의약분업 정착에 대한 유인책으로 기능을 할 것
이다. 1974년 일본은 의약분업의 실시에 대한 유인책으로 원외처방전료를 100¥에서
500¥으로 5배 인상하였다.
9. 건강보험재정안정화에 대한 정부종합대책의 총괄적인 문제
◎ 종합대책시행으로 보험수가가 12.6% 인하 조정되는 효과가 있다고 보건복지부가 발
표함.
◎ 이것은 보험수가는 인하하지 않겠다고 한 보건복지부장관의 대 의료계 약속 위반
임.
◎ 현행수가의 계약기간은 2001년 1월 1일부터 2001년 12월 31일까지(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규정)이므로 계약기간내 수가인하는 법률위반임.
◎ 모든 통계자료와 작업내용의 공개 및 의료계의 사전동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했음.
10. 적정보험료율 인상
한국의 보험료율은 3.4%로 이웃 대만 : 8.3%, 일본 : 8.6%, 독일 : 13.4%, 프랑
스 : 19.6%, 그리스 : 11.15%, 벨기에 : 10.7% 등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를 차지하
고 있다. 적정부담, 적정급여 및 적정진료를 위해서는 사회적 동의절차를 거친 연후
에 적어도 6% 수준으로 조속한 인상이 있어야겠다.
나. 향후 대책
크게 4가지 대안을 제시 할 수가 있는데 그중 한가지를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
1. 현행 의약분업제도의 강행 유지
실패한 현행 의약분업을 계속 오기로 강행할 시 정부는 국민의 불만이 두려워 적절
히 보험료를 제때 인상 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매년 4 - 6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보
험재정 적자를 해소 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는 작년과 같은 작태로 계속 의료계를 허
위ㆍ부당 청구하는 부도덕한 집단이라고 매도할 것이다. 국민의료비의 절감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의료계에게 부당한 방법으로 의료비를 삭감할 것이며, 그로 인하여 의료계
의 집단행동을 조장하게 될 것이다.
2. 의료개혁추진위원회의 3단계 접근방법
의약분업은 국민과 의ㆍ약계가 적응할 수 있게 단계별로 추진되어야 한다. 국민의 혼
란과 의료계의 충격을 예방하기 위하여 자발적인 합의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1단계(1999년) → 2단계(2002년) → 3단계(2005년)
1단계 : 항생제ㆍ스테로이드제제ㆍ습관성의약품 등 전문의약품
2단계 : 주사제를 제외한 모든 전문의약품
3단계 : 모든 전문의약품
3. 국민선택분업
조제선택권을 국민에게 주므로 해서 국민의 저항이 적으리라 예상되지만 그래도 매
년 2조원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피할 수 없게 된다.
4. 의약분업 철폐(의약분업 거부 원내 조제 포함)
완전의약분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 11가지의 필요충분조건이 선행되어야만 하
고 조건이 충족되기 전까지는 실패한 현행 의약분업은 철폐되어야 마땅하다.
①GNP 2만불이 된 후 시행 ②연간 4-6조원 적자에 대한 재정조달 문제 ③임의조제 및
대체조제 금지 ④전문ㆍ일반의약품의 분류 미비 ⑤생물학적동등성 확보 ⑥의료전달체
계의 조기 정착화 ⑦대체조제로 인한 약화사고에 대한 책임소재(조속히 의료분쟁조정
법 제정요망) ⑧진찰료ㆍ원외처방료 부활 ⑨의료기관ㆍ약국의 불균형 분포 ⑩의사 및
약사인력의 수급 문제 ⑪의료보험요율을 OECD 수준으로 대폭 인상
의약분업 거부 원내조제는 4월 1일부터 1407개 품목의 비급여 일반의약품부터 원내
조제를 시행하여 의약분업 철폐의 의지를 의료계가 국민에게 보이고 비급여 일반의약
품은 보험축소를 의미하므로 의협은 이에 대하여 강한 거부의사를 표시하여야 한다.
Ⅲ. 結論
이상에서 검토하여 본바와 같이 의약분업은 11가지 필요충분조건을 충족 시켜야하는
등 선결해야할 과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닌데도 정부에서는 너무 졸속하고 무리하게 추
진했다고 생각된다. 의약분업은 행정학, 정치학, 법학, 의학, 약학, 사회복지학, 사회
학, 재정학 등의 각 학문분야가 서로 有機的 공조체제를 유지하며 접근하여야만 하는
커다란 개혁이다. 현실적으로 실정법인 의약분업제도를 시행하려면 국회(주로 당리당
략에 의해 움직임)가 아닌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국민투표)를 물어서 과연 국민이 원
하는 법인가, 아니면 위정자들이 자신의 임기 내에 치적을 남기고자 강행하려는 법인
가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또한 대 국민홍보 및 의약분업제도에 대한 실행 프
로그램이 국민 앞에 공개되고, 이에 대한 시범사업을 통해 시행착오를 보완할 수 있
는 충분한 기회와 검증시간을 갖고 임하였어도 늦었다고 정부를 비난할 국민들은 없으
리라고 생각한다.
이상으로 실패한 현행 의약분업의 문제점을 지적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국민의
부담과 불편을 덜어주고, 보험재정의 안정화를 꾀하면서 정부에도 명분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의약분업 제도가 하루 바삐 원점에서 국민과 함께 전반적으로(실패한 현행
의약분업 철폐 포함) 재검토되기를 국민의 이름으로 엄숙히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