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들이 이래서야 의사들이 얼굴을 들수 없다.
진료의뢰서 허위발급 성행
경기도 일산에 사는 이모(50)씨는 최근 몸에 이상이 있어 수도권 의 모 종합병원을 찾
았다.병원에서는 1단계 진료기관인 동네 병 ·의원을 거치지 않고 온 이씨에게 동네 병·의원 진료 의뢰서가 있어야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지인을 만나 상의하자 병원측에서는 소규모 의원명의의
진료의뢰서를 직접 발급해 줬다.
문제의 종합병원처럼 1단계 진료기관인 동네 병·의원에서 발급 하게 돼 있는 진료의
뢰서를 일부 환자의 편의를 위해 대학병원등 2단계 진료기관에서 편법으로 발급해주
는 사례가 적지않아 행정 단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본보는 지난해말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인 H병원에서 인근에 위치 한 동네병원 명의의
진료의뢰서를 환자에게 직접 발급해 주는 현 장을 확인하고, 백지상태의 진료의뢰서
를 입수했다.
그동안 대학 병원등이 병원내 가정의학과 명의의 진료의뢰서를 남발하는 방식 으로 환
자를 유치해 문제가 된 적은 있었지만, 직접 동네병원의 진료의뢰서를 발급하는 사실
이 실제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 이다.
현행 건강보험법에 따르면 환자는 반드시 1단계 진료기관을 거쳐 2단계 진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게 돼 있다.
환자가 곧바로 2단계 진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건강보험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H병원등 일부 2단계 진료기관이 환자 유치 또는 대형병원 을 선호하는 ‘힘 있
는’ 환자들을 위해 동네 병·의원의 명의를 빌린 진료의뢰서를 발급하고 있는 것이
다.
H병원 관계자는 “유력인사가 부탁을 해 올 경우 이들에게 동네 병원을 먼저 들르라
고 요구하기가 사실상 부담스럽다”면서 “몇 년을 기다려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유
명한 의사들의 치료에는 이같은 부탁이 특히 많다”고 해명했다.
이어 “우리병원뿐 아니 라 다른 큰 병원에서도 일반적으로 이 같은 행위가 빈발하
다”고 말해, 이같은 편법행위가 업계의 관행임을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등은 정부가 지난 89년부터 환자들의 대학병 원등 종합병원 집중현
상을 막아 단계적인 의료서비스를 구축한다 는 취지로 시행해온 의료 전달체계를 무색
케 하는 행위라며 당국 의 단속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가벼운 질병에도 대학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 대한 불필요한 과잉진료로 건강보
험 재정 의 적자폭을 늘리는 요인도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대학 병원이 동네 병· 의원 진료의뢰서를 보
유하고 있는 것은 현행 의료전달 체계를 부 인하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이같은 행
위에 대해 전반적인 점 검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상훈기자 shkim@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