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정책 따라 연구과제 수시 변경
전문기관 본연의 연구활동 치중 못해
중·장기 연구계획 조속히 마련돼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구인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전문기관인 심사평가원에 필요한 연구를 하기보다는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요구하는 자료를 생산해 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이러한 기능을 현재 조사연구실(실장 한오석)에서 담당하고 있으나 심사평가원이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연구방향에 대한 전체적인 틀이 제시되지 않고, 단기계획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현재 심사평가원에는 연구직이 총 12명(실장 포함)으로 이중 평가연구원은 외부에서 3년 계약직으로 6명, 1년 계약직으로 1명을 채용했다. 이중 박사급 연구원이 2명, 석사급 연구원이 5명(현재 박사과정 중)이다.
심사평가원 조사연구실에 따르면 현재 이들 연구원들의 주요 연구는 ▲건강보험 재정예측 ▲심사제도 개선 ▲평가기법 개발 ▲DRG 확대 ▲실사 등 제도 개선 ▲심사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을 자체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그러나 연구내용은 급여부분에 국한되어 있고, 정부에서 발표한 건강보험 재정안정 종합대책에 대한 후속조치 자료마련에 치중하고 있어 전문기관으로서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연구에는 소홀했던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심사평가원에서 할 수 있는 장기적인 연구계획이라기보다는 단기계획에 불과해 연구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장·단기 계획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심사평가원 연구원 일부는 의료기관에 대한 평가를 정확히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일부 연구과제들은 복지부에서 싫어한다는 이유로 심사평가원을 통해 제한을 받고있어 지금까지 진행된 요양급여의 적정성 평가는 허울뿐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이후 재정파탄이 공론화 되면서 연구원들은 엉뚱한 자료들만 작성·제출하는 역할을 하는 등 연구할 분위기조차 형성되지 않았음은 물론 잦은 조직개편 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조건이 보장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책임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연구계획서도 매번 새롭게 제출해야 하는 등 연구원들의 연구활동 및 적정성 평가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 및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사연구실에 따르면 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연구과제 중 정부연구과제가 가장 우선이고, 심사평가원 자체연구가 차선으로 선정되고 있어 정부에서 요구하는 연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심사평가원 자체 연구도 복지부와 상의를 통해 결정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한오석 실장은 “앞으로 연구기능의 방향은 실무연구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고, 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하는 연구기능은 급여제도가 어떻게 하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사회보장연구센터의 박사급 연구원이 1명에 불과하다는 지적과 관련 심사평가원의 박사급 연구원도 2명에 불과해 연구의 질 뿔만 아니라 연구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심사평가원 한 관계자는 “심사평가원이 연구인력을 계속 부적절하게 활용할 경우 의료의 적정성 및 심사제도 개선에 대한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하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임상진료지침개발, 종합전문요양기관에 대한 제대로된 평가를 기대하기 힘들 다는 문제도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한오석 실장은 “연구원들이 활동하기에는 충분한 조건이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최대한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수가, 치료재료 등에 대해서는 1연구실에서, 평가·약제·의약분업과 관련된 연구는 2연구실에서 진행하는 등 팀제 운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연구실에 소속되어 있는 연구원들은 각종 건강보험과 관련된 통계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 실제 ‘진료기준’을 적용시켜야 하는데 ‘심사기준’으로 모든 자료가 제공되고 있어 자료의 신빙성, 통계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당분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진료기준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심사평가원의 전산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하나 이에 대한 중요성만큼 심사평가원이 개선의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연구활동에 커다란 문제로 남아있다.
한편, 심사평가원은 연구원에 대한 활동을 제대로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를 구성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위원회 또한 구성 과정에 있어서 행정직원들로 채울 가능성이 많아 전문가가 없는 위원회로 전락될 가능성이 많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심사평가원의 평가관련 연구원들이 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의 단기적으로 요구되는 통계자료를 생산해 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 건강보험통계를 정확히 분석해낼 수 있도록 그 기능을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외부의 지적에 귀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