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알권리"-"명예훼손" 인터넷서 충돌
불임(不姙) 시술을 받은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과 병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C병원 산부인과 의사 윤모씨 등 전국의 산부인과 의사 33명은
“인터넷 사이트 ‘아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임(아기모·www.agimo.org)’이 특
정 병원을 비난하는 글을 실어 환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관련 병원의 명예를 훼손
했다”며 지난달 5일 시정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대한산부인과학회 윤리위원회에 제출
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문제삼고 있는 것은 이 사이트 중 ‘추천/비추천 코너’. 이 코너
에서 불임 시술을 받은 여성들은 해당 병원의 친절도, 비용, 서비스 등을 자세히 밝
히는 등 각 병원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의사들은 “아기모가 결국 특정 병원을 추천함으로써 환자 등을 그 병원으로 유인하
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기모 측은 “어디까지나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일 뿐 특
정 병원으로 (환자 등을) 유인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기모 측은 “불임 시술은 보험처리도 되지 않으며 비용 역시 만만찮고 시술 횟수
도 많기 때문에 환자들은 각 병원에 대한 보다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며 “특정 병원을 추천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정보를 나누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
타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병원도 서비스산업의 일종인 만큼 소비자로서 당연히 이를 평가할 권리를
가지며 이런 의미에서 일종의 소비자권리찾기운동으로 볼 수 있다”며 윤리위원회 측
에 중재를 요구했다.
건의서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분당구 C병원 관계자는 “병원의 서비스도 중요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임신율”이라며 이 사이트가 C병원에 대해 낮게 평가한 것
에 대해 억울해 했다.
한 불임여성은 “불임환자의 하소연에 대해 의사들이 이런 식으로 반응할 줄은 몰랐
다”며 “환자와 의사 사이에 큰 괴리가 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아기모 사이트는 지난해 3월 한 개인이 만든 홈페이지가 불임여성들의 호응을 받으면
서 모임으로 발전한 것으로 현재 3500여명의 불임여성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