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도 좋지만 터득한 지식 공유할 겁니다” 박용우 교수(가정의학 전문의) -------------------------------------------------------------------------------- 1987 서울대학교 의대 졸업 2000 미국 컬럼비아 의대 부속 세인트룩스 병원 비만 연구소 교환 교수 현재 성균관의대 가정의학과 부교수, 강북삼성병원 비만체형클리닉 소장 아파트촌이 밀집한 동네 내과 의원. 감기로 내원한 환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실내에는 어김없이 다음과 같은 문구가 시선을 잡아끈다. 바로 ‘비만’. 요즘이야 매스컴의 위력에 힘입어 단순히 미용이 아닌 건강의 필수 조건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사실 비만이 치료의 영역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각종 방송과 언론 매체를 통해 비만 전문의로 각인된 박용우 교수. 그는 비만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시절 전문 클리닉을 개원하고 국내 최초로 비만 연구를 위해 유학까지 떠났던 선구자이다. -------------------------------------------------------------------------------- ■ 남들보다 먼저 위험을 안고 떠났던 길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어떻게 비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물었다. “가정의학과의 모토가 건강 증진, 즉 질병 예방이거든요. 이걸 총체적으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다보니 ‘비만’이 나오더군요. 영양, 운동, 스트레스 조절 등이 어우러져 건강한 삶으로 이끌어주니까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지금으로부터 무려 11년 전, 박용우 교수는 머리 속에 그리던 최상의 시설을 갖추고 영양사 두 명과 운동사 두 명까지 확보한 뒤 청담동에 비만 클리닉을 개원했었다. 단식원이나 다이어트 센터들이 과체중 인구를 유혹하던 시절, 엄연히 ‘치료 대상인 질병 비만’을 의료권 안으로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를 실행해 옮긴 것이었다. 그러나 빨라도 너무 빨랐던 것일까. 제대로 된 홍보 수단도 없던 시절, 비만 치료를 위해 병원 문턱을 밟게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결국 1년 동안의 개원 끝에 문을 닫았다. 하지만 비만에 대한 박용우 교수의 열정이 줄어든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는 스포츠, 비만 클리닉 개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는 조건을 걸고 93년 강북 삼성병원의 일원으로 합류했다. 그리고 5년여의 노력 끝에 98년 드디어 삼성병원 내 비만클리닉이 개설되었다. 이때부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비만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병”이라는 홍보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2000년 8월에는 미국 유학을 떠나 하고 싶던 공부를 마음껏 하기도 했다. 비만 관련 유수의 잡지인 , 등에 동양 여성의 내장 비만, 골밀도 측정기를 이용한 복부 비만 진단법, 대사증후군 유병률에 관한 논문 세 편을 게재했다. 이 때 국내에서도 비만에 관한 연구와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되었다고. 현재 그는 대한 가정의학과 ‘비만연구회’(www.kosfm.or.kr)의 장으로 있다. 대학 교수이든 개원의이든 구분 없이 비만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환영이다. ‘정말 관심있는 사람만 모이자’는 상징적인 의미로 회비를 걷고 있는데, 이 작은 문턱(?)을 넘어 현재 가입한 회원만 300명이 넘는다. 매월 세미나를 열고 최신 저널과 계간 를 펴내는 등 연구와 토론 활동이 활발하다. ■ 현재의 비만 열풍,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현재 비만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각광받고 있다. 매스컴에서도 연일 비만에 대한 뉴스와 분석 기사, 다큐멘터리물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소위 비만 열풍은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혼재, 기준이나 표준 없는 무분별한 시도 등을 초래한 것도 사실. “사실 비만 치료는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일반인들까지 센터를 만들고 무작정 뛰어드는 실정이죠. 그래서 먼저 공부한 사람들이 이끌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과 관련 지식들을 정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이란 말에 귀가 번쩍 띄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말하는지 설명을 부탁했다. “미국의 경우 비만 치료시 6개월간의 운동 처방과 식이 요법 후에만 약물 투입이 가능하며, 체지방 지수가 30 이상이고 동반 질환이 있어야 약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면 비의료 분야로 비만 환자가 다 빠져나가겠죠.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반영한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박용우 교수는 개인적으로, 환자의 목표 체중을 설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비만은 건강의 문제이므로 잘못된 생활 습관을 찾아내서 고쳐주는 것이 중요하고 감량은 부수적인 효과라는 게 박 교수의 생각. 처음 찾아온 환자들은 종종 몇 개월 프로그램이냐 어떤 패키지냐는 질문을 하곤 하는데 체질과 주변 환경이 다 다른 환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어떤 목표 체중을 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더 건강해진다는 데 의의를 두고 비만을 다루면 1,2kg의 감량에도 환자들은 몸이 가벼워지는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고. ■ 체형 관리를 위한 메조테라피 연구, 아낌 없이 공개한다 최근 박용우 교수는 비만 치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체형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체형 관리는 노화 방지나 대머리 치료처럼 질병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의료 행위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 경제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다양화, 고급화되는 일반인들의 needs를 반영한 분야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요즘 셀룰라이트 치료(국소 지방 감량)에 효과가 있는 약물 처방, ‘메조테라피’에 주목하고 있다. “메조테라피는 비만 치료 외에도 금연, 우울증 치료, 진통 등에 널리 적용되고 있는 약물입니다. 하지만 여타 분야에는 메조테라피보다 객관적이고 검증된 치료법이 있는 반면, 비수술적 미용을 위한 비만 치료에만큼은 메조테라피의 효과가 탁월합니다. 아직 표준화된 프로토콜은 없지만 객관적 검증을 통한 개발을 위해 사비로 임상 실험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는 다음 달 5일 대한임상건강검진학회가 주최하는 추계 워크샵에서 ‘체형관리의 의학적 접근’에 대한 강의를 통해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공개할 생각이다. 박 교수는 자신이 발견하고 개발한 치료법을 개인 비방으로 놔두지 않고 객관화, 일반화하여 공유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 또 하나, ‘영양학’에 대한 관심 최근 체형 관리와 함께 박 교수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아이템은 ‘영양학’이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 임상영양학을 청강하고 영양학 지식 없이는 비만 다룰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 대형 서점에는 그가 원하는 임상 영양학 관련 서적이 존재하지 않았다. 영양학 교수가 쓴 책들은 많았지만 대부분 의사의 needs를 모르고 임상 경험 없이 외국 사례 중심으로 집필한 것이거나 지나치게 이론화되어 있었고, 입원 수술 등 특수 상황의 환자를 위한 내용 뿐이었던 것. 진료 현장에서 활용할 만한 ‘의사들이 쓴 의사를 위한 영양학 책’이 절실했다. 이에 영양학에 관련된 스터디를 한 후배들과 의기 투합하여 의사들을 위한 영양 치료 서적 <진료실에 꼭 필요한 영양 치료 가이드>를 공동 집필했다. 일차 진료시 필요한 내용 뿐 아니라 최근 대두되는 대체 의학이나 안티 에이징 등도 비교적 근거가 있는 것들을 선별해 실었다고. 비만을 연구하다 보면 ‘영양학’에 대해 자연히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는 다시 ‘노화 방지’에 대한 관심 영역 확대로 이어지게 된다는 말이 무게 있게 들렸다. ■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현재 비만 시장은 상당 부분 비의료 분야에 치우쳐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의료 분야로 편입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인의 인식을 의료 제도권 안으로 끌어오고 근거를 가지고 의학적으로 비만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저도 노력할 거고요. 사실 비만에 대해 의과대학에서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배우지 않은 내용들을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같이 연구하며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경락이나 한방 등에 환자들이 많이 몰려있는 게 사실인데, 특히 한방은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라고 봅니다. 저는 선의의 경쟁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비만 치료와 체형 관리에 대한 인식을 정확히 심어주어야 합니다. 뚱뚱하지 않아도 부분 비만일 수 있거든요. 앞으로는 체형 관리 부분도 상당히 매력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과연 비만 전문의로서의 명성에 걸맞게 깊이 있게 고민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답변을 들려주었다. 마지막으로 인지도가 높은데 다시 비만 전문의로 개원가에 뛰어들 생각은 없는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알 듯 모를 듯한 웃음으로 얼마간 고민하던 박 교수는 자신은 ‘정말 하고싶은 게 있으면 남의 눈 의식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개원을 하면 정말 재미있게 잘 할 자신도 있고, 개업한다면 비만과 체형 관리 쪽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교수로서 진료 활동 외에 강의와 방송, 교육 활동을 병행하며 개원의들과 우호적인 관계로 지내는 것에 만족한다는 뜻을 밝혔다. “비록 실속 없다는 주변의 구박을 받기도 하지만, 저는 좋은 이미지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크고, 연구에 대한 열의와 순수한 의지를 잃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연구한 바를 공개해서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경제적인 이익 이상의 만족을 가져다주니까요.” -------------------------------------------------------------------------------- MediGate 미디어팀 김은영 기자 (mono2@medigat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