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 145> 2002-11-18 얼마 전 심평원 내에 감기위원회가 설치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의사들은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감기는 가장 흔하고 가장 가벼운 질병인 동시에,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이기도 하다. 대증요법이 주가 되므로 의사에 따라서 처방이 상당히 달라지는 질병이기도 하다. 때문에 만들 수만 있다면 적절한 감기 치료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감기는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질병이므로, 간단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일률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탁상공론일 뿐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황당한 방안까지 마련하게 된 데에는 일부 의사들의 ‘과잉처방’이 한몫을 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몇몇 사람들이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에 오히려 소신껏 진료하는 많은 평범한 의사들의 진료권이 침해받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의협이 비만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비만 인구가 늘어나고 비만치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크게 늘어나면서 비만치료에 열을 올리는 의사들도 많이 있지만, 표준적인 치료법에 대한 의사 사회 내부의 동의는 아직 없었다. 당연히 일부에서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치료법을 쓰기도 했고, 극소수 의사들이겠지만 비만을 단지 수입 증대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심평원 내에 비만위원회가 생기기 전에, 의협이 먼저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나선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곽상희 기자 leejh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