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부파일을 클릭하세요 비만은 질병인가?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문명의 발달은 삶을 윤택하게 하였지만 이로 인한 활동량부족과 풍부한 식생활은 인류에게 비만이라는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게 되었다. WHO는 최근 비만 환자와 비만관련 질병의 유병률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이와 관련된 의료비용의 지출도 꾸준한 증가추세에 있다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30~40년 동안에 급격히 일어났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 예상되며, 서양뿐만 아니라 동양을 포함한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비만은 체내에 필요량이상으로 많은 양의 지방이 쌓인 상태를 말한다. 과거에는 비만을 미용상의 문제나 다른 질병을 일으키는 위험요소 정도로 인식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비만자체가 독립적인 사망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로 비만을 독립된 질병으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미래를 책임질 소아에서도 비만의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여러 보고들은 다가올 비만관련 문제들이 현재보다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해 주고 있다. 때문에 현재 전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과 전문 단체들이 비만은 적극적으로 중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관리하지 못하였을 경우 인류에게 수 많은 건강상의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비만을 질병으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중재하고 치료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국내외의 여러 자료를 기준으로 비만이 가지는 건강상의 위험들을 논의해 보고 과연 비만을 질병으로 보려는 인식이 타당한 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비만의 역학적 특성 세계 여러 지역의 비만관련 역학 및 통계자료를 요약해보면 비만의 유병률과 발생률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1991년에 12%에 불과하던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30 kg/m2 이상의 비만 환자의 수가 1998년에는 17.9%로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s, NHANES)의 결과도 1976-1980년에 14.5%에 불과하던 비만환자의 수가 1988-1994 년에는 22.5%로 증가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에도 역시 이러한 증가 추세가 예외 없이 관찰되었으며 여러 학자들이 메타분석 해 본 결과를 보면 지난 10년간 약 10-40% 정도의 비만 유병률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IOTF(International Obesity Task Force)의 보고에 의하면 단순히 1975년과 1995년 사이에 비만의 증가추세를 연장해서 고려해 보면 2025년에는 미국인구의 40~45%가, 호주와 영국은 인구의 30~40%가 체질량지수 30 kg/m2 이상의 비만환자에 해당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그림 1). 그림 1. 세계적인 비만환자의 증가추세 아시아권에서도 다양한 역학 자료들이 최근에 제시되고 있다. 태국에서는 4%가 비만(체질량지수 30 kg/m2이상), 16%가 과체중(체질량지수 25 kg/m2이상)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남성의 4.7%, 여성의 7.7%가 비만이었다. 말레이시아 여성에서는 자국 내 인종간의 차이도 관찰되었으며, 중국계는4.3%, 말레이계는 8.6%, 인도계에선 16.5%가 비만으로 확인되었다. 중국은 199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비만 빈도는 남성과 여성에서 모두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다(2% 이하). 도시지역(베이징, 상하이, 천진 제외)에서 과체중의 유병률은 남성의 12.3%, 여성의 14.4 % 로 시골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시골 지역에서는 각각 5.3%와 9.8% 이었다). 일본의 1990~1994년 국민영양조사에서 인구의 3% 미만이 비만으로 분류되었고, 남성의 24.3%, 여성의 20.2%가 과체중으로 분류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비만과 과체중의 유병률에 있어서 지역, 인종, 문화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의 비만 양상은 1995년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체질량지수 30 kg/m2 이상의 비만유병률은 남성 2.1%, 여성 2.5% 이었으며, 25~29.9 kg/m2 의 과체중 유병률은 남성11.7%, 여성 18.0%로 서구 선진국에 비해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이 자료는 실측치가 아닌 자가보고 수치로 산출했다는 제한점이 있다. 1998년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비만의 유병률은 남성 1.67%, 여성 2.99% 이었으며, 과체중의 유병률은 남성 25.97%, 여성 26.52% 이었다. 표본의 선정방법 차이, 실제 체중과 신장 측정여부 등의 문제로 직접적인 비교는 곤란하겠지만 체질량지수 25 kg/m2 이상의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음을 알고 있다. 본 저자 등은 20세 이상의 86만 여명의 국내인을 1996년 초부터 200년 말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체질량지수 25 kg/m2 이상에 해당하는 비만환자의 유병률이 매년 1.0~1.1%씩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만은 관련 질병의 발생을 높여 의료비용 지출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비만관련 질병의 관리, 체중감량 등에 드는 비용이 330억불 정도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고액의 비만관련 비용의 지출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문 등의 보고에 따르면 국내에서 1998년에 체질량지수 25 kg/m2 이상의 과체중을 기준으로 산출한 비만의 전체사회경제적 비용은 2,669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비만이 국민보건뿐만 아니라 보건경제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비만환자의 조기 선별과 적절한 관리가 발병 이전부터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무분별한 의료낭비를 줄이고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해 준다. 비만의 건강상의 위험 비만한 사람들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Dyslipidemia)과 당뇨병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한 보고에 따르면 제 2형 당뇨병의 61%가, 관상동맥질환과 고혈압은 17%가 비만과 연관되어 나타난다고 한다. 비만도가 증가할수록 이러한 질병의 발생위험이 용량-반응적으로 증가하여 나타나고 있으며, 당뇨병 같은 경우는 거의 지수함수적인 급격한 증가 양상을 보인다고 보고하고 있다. 비만은 협심증, 뇌졸중, 대사증후군, 수면무호흡증, 골관절염, 요통, 고요산혈증과 통풍, 암(유방암, 자궁내막암 등) 등의 다양한 질병과도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표 1). 비만은 관련 질병들의 발생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사망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750,000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의 전향적인 연구에 의하면 평균체중보다 40% 이상인 남성과 여성에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1.9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되었으며, 최근까지의 서양에서 이루어진 대규모 역학 연구 결과들도 비만도에 따라 J 자형 내지 U 자형의 사망률 변화를 보인다고 보고하고 있다. 매우 증가 (RR>3) 중등도 증가(RR 2~3) 약간 증가 (RR 1~2) 제 2형 당뇨병 관상동맥질환 암(폐경후 유방암, 자궁내막암, 대장암) 담낭질환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골관절염(무릎과 고관절) 생식호르몬 이상 대사증후군 고요산혈증과 통풍 다낭성 난소증후군 호흡곤란 임신이상 수면무호흡증 요통 마취 위험증가 비만모체에서 태아이상 표1. 비만의 건강위험 (WHO) 서구인 보다 작은 체구를 가진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에서도 비슷한 질병의 위험양상과 사망양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이 제시되었다. 1995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기준으로 시행한 문 등의 단면적 연구(Cross-sectional study)는 체질량지수의 3분위수 (22.0~23.8)이상부터 고혈압과 당뇨병의 교차곱비(Odds Ratio)가 증증도 위험이상(고혈압:6.04, 당뇨병:3.22)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최근 저자 등은 86만 여명의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질병의 발생위험과 사망위험을 1996년 초부터 2000년 말까지 경시적 연구(Longitudinal study)를 통해 조사해 보았다.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의 발생 위험은 서양과 마찬가지로 비만도가 높아질수록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 질병 중 하나라도 발생할 상대위험도(Relative Risk)는 최저위험 체중보다 (체질량지수 18.5미만) 체질량지수 22에서 1.5배, 25에서 2배, 27에서 2.5배, 30에서 3배의 위험도를 나타냄을 알 수 있었다. 비만의 사망양상은 ‘U’자형의 변화양상을 보였으며, 체질량지수 30~32.9 kg/m2에서 상대위험도는 1.47(1.07~2.01, 95% CI)이었다. 33 kg/m2이상에서는 2.19(1.13~4.23)의 수치를 보였다. 저체질량지수(<18.5)에서도 1.45(1.18~1.78)의 상대위험도를 보였다. 이러한 국내외의 여러 연구결과들은 비만이 관련질병의 위험을 높이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망률까지 높인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비만이 질병이라는 주장의 근거 1. 비만은 급속히 늘고 있다. 비만은 상기에 언급한 데로 전세계적으로 급격히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체질량지수 30 kg/m2 이상의 비만환자의 유병률과 증가율은 낮지만, 체질량지수 25 kg/m2 이상의 유병률은 급속히 늘고 있으며, 특히 소아기 및 20~30대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볼 때에 머지 않은 미래에 비만관련 문제들이 급격히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며 국민 건강보건관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2. 비만은 타 질병을 일으킨다. 상기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과 같이 다양한 질병의 발생보다 시간적으로 선행해 있으며, 비만도가 증가할수록 질병의 발생률이 높아지는 용량-반응적인 연관성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볼 때에 비만은 이러한 질병들을 발생시키는 확실한 위험인자임을 알 수 있다. 비만의 치료는 이러한 관련질병의 발생 및 관련 비용 및 의료자원의 낭비를 줄이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3. 비만은 사망률을 증가시킨다. 여러 연구결과 비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망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요한 건강지표인 사망률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비만은 독립된 질병으로서 인정될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판단된다. 4. 비만은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외국의 여러 결과를 토대로 볼 때에 비만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인식된다. 비만 환자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대인관계의 장애를 초래한다. 취직, 사업상의 거래 등의 다양한 사회생활에서도 많은 지장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 환자에서의 우울증의 빈도는 정상 체중의 사람들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부 보고에 따르면 스트레스와의 관련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비만은 쉽게 치료되는 병이 아니며 재발도 잦다. 현재까지 모든 비만환자에게 안심하고 일률적으로 적용할 만한 효능과 안정성을 모두 갖춘 치료약과 방법은 없다. 게다가 체중감량에 성공한 비만환자가 1 ~ 2년 내에 다시 살이 찌는 빈도도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비만 치료의 성공률을 높이고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6. 비만으로 인한 사회 간접 비용이 급격히 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비만환자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관련 비용도 급격히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비용의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며, 비용 상승의 폭 또한 급격하게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만이 앞으로 국가 보건경제에 미치는 부담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지금부터라도 국내 비만인구의 증가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가 국가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6. 무분별한 사이비 비만치료가 국민건강에 많은 해를 끼치고 있다. 방송이나, 신문 광고 등에 무분별한 비만관련 지식의 전달과 광고가 난무하고 있다. 과학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은 이른바 사이비 비만치료가 사회전반에 만연해 있으며, 여과 없이 대중매체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사이비 비만치료와 관련해서 다양한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에서는 사망 예까지 보고되고 있다. 무분별하게 행해지고 있는 사이비 비만 광고나 치료 행태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비만을 질병으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중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비만환자를 의료라는 제도권 내로 끌어 들여 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많은 관련 비용을 절약하는 거시적인 방안일 것이다. 결론 세계보건기구에서는 비전염성 질환의 예방과 조절에 있어서 비만관리를 중요한 전략분야 중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심지어 비만을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세계적인 역병’으로까지 언급하고 있다. 국내외의 여러 자료를 근거로 판단해 볼 때에 비만은 질병으로 분류되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보건당국뿐만 아니라 의료인, 심지어 일반인들도 이제는 비만을 단순한 미용상의 문제로 인식하고 안이하게 대처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중재를 통해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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